시집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문학과지성사) 中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되었네요. 한 해의 마지막은 스무 살도, 서른 살도, 마흔 살도 아닌 십대가 아닐까요. 여러분의 십대는 어느 곳에 머물러 있나요? 불처럼 타오르던 열정 속에? 한없이 우울하던 반항 속에? 십대는 참 희한해요. 아주 작은 일에도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만 같고, 세상에서 가장 먼 곳에 혼자 있는 것만 같죠. 나는 계속 시작되는데 나무처럼 우직하게 서서 지켜보는 어른들은 나의 십대를 이미 결정된 것처럼 바라보죠. 나무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여러분의 기억에서 십대를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좋은 것은 좋은 대로, 좋지 않은 것은 좋지 않은 대로 한 해의 마지막을 정리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십대처럼!
이서하 <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