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십대 - 이영주(1974~)

입력 2019-12-01 18:05   수정 2019-12-02 01:15

불과 물. 우리는 서로를 불태우며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우리는 망해가는 나라니까. 악천후의 지표니까. 우리는 나뭇가지를 쌓아올리고 불을 붙였고, 오줌을 쌌고, 자주 울었고, 나무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시집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문학과지성사) 中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되었네요. 한 해의 마지막은 스무 살도, 서른 살도, 마흔 살도 아닌 십대가 아닐까요. 여러분의 십대는 어느 곳에 머물러 있나요? 불처럼 타오르던 열정 속에? 한없이 우울하던 반항 속에? 십대는 참 희한해요. 아주 작은 일에도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만 같고, 세상에서 가장 먼 곳에 혼자 있는 것만 같죠. 나는 계속 시작되는데 나무처럼 우직하게 서서 지켜보는 어른들은 나의 십대를 이미 결정된 것처럼 바라보죠. 나무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여러분의 기억에서 십대를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좋은 것은 좋은 대로, 좋지 않은 것은 좋지 않은 대로 한 해의 마지막을 정리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십대처럼!

이서하 <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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