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당시 건물 매입에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만 그중 가장 아픈 대목이 '아내 탓'을 했다는 것"이라며 "제가 잘못 판단했다. 물러나는 마당이니 그 정도 한탄은 해도 되리라 생각했는데 졸렬했다"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은 "하지만 거짓말쟁이로까지 몰아붙이지는 말아달라. 제가 대출 서류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의원은 '김 전 대변인이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속였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아내가 흑석동 집을 잡기 위해 가계약을 하고 집주인에게 돈을 부치던 그 시각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통화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뒤 상황은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수 있기에 생략하겠다. 그저 '첫 단추를 잘못 끼웠구나'라고 이해만 해주셔도 고맙겠다. 제 말을 입증할 송금 기록과 모스크바 출장 중의 제 모습을 함께 올린다"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은 아내 탓을 했다는 지적이 가슴 아팠다면서도 또 다시 아내 탓을 한 것이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 거액을 빌려 재개발 구역에 있는 25억 원짜리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
김 전 대변인은 흑석동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의 전세금까지 빼서 자금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기 때문에 김 전 대변인의 행동이 비판을 받았다.
야권에서 부동산 투기라고 지적하자 김 전 대변인은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해 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김 전 대변인은 올해 3월 대변인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김 전 대변인은 건물 매입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건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집의 전세금을 빼고 청와대 관사에 들어갔다. 건물 매입에 적극 동참한 정황이다.
또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 KB국민은행 성산동 지점을 찾아 담보제공 확인 절차를 이행하고 관련 서류에 자필로 서명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 전 대변인은 문제가 됐던 흑석동 상가 건물을 매각하고 차액은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에선 김 전 대변인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물타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내년 4월을 대비해 회개 코스프레를 자처한 것이면 그만두라"고 했고,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정작 부동산 투기에 대한 반성이나 국민에 대한 사과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