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월 19일에 있었던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 제3차 회의는 약 1시간 30분 만에 결렬됐다. 우리 측 방위비분담금협상 대표는 “미국 측은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우리 측은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파행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1조 389억 원인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 원까지 증액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방송되는 아리랑TV의 뉴스 토론 '포린 코레스폰던츠(Foreign Correspondents)'에서 외신기자들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프랑스 공영방송 RFI의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Frederic Ojardias)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라고 본다. 5배를 먼저 요구하고 후에 낮춰서 2배로 올리는 식이다"라며 "매우 비이성적인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이 굳건하고 양국의 신뢰관계를 칭송하고는 돌아서서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면 미국의 이미지에만 큰 손상이 있을 것이다"라며 "많은 한국인들도 미국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는) 한미관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이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받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한 매체는 미국 정부가 일본에 대해 주일미군 유지비용으로 현재의 4배를 인상한 8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또한 취임 초부터 ‘나토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국가 간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을 향해서도 국방비 증액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일본 NNA의 사카베 테츠오(Sakabe Tetsuo) 기자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에 비해서 방위비 분담금에 있어 협상카드가 더 많다는 시각이다"라며 "하나는 미일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일 양국 지도자들과 기관들은 오랫동안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한 전례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2004년 미국국방백서에 따르면 그 해 일본은 주일미군 주둔비의 75%를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런 복합적인 요소를 감안했을 때 일본은 한국에 비해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더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NATO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해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 기자는 "유럽 국가들은 이미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있다"면서 "예상에 따르면 유럽은 2021년까지 매년 총 3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을 국방비에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트럼프가 지정해서 비판한 독일 같은 경우에도 올해 국방예산이 작년보다 11%나 증가했고 스웨덴도 9%를 더 투자했다"며 "프랑스 또한 현재 GDP의 1.8%를 국방예산으로 책정했으며 나토 기준인 2%에 곧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EFE의 안드레스 산체스 브라운(Andres Sanchex Braun) 기자는 "GDP의 1%대만 국방비로 지출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동맹국간에 서로 방위비를 분담하는 것은 옳지만 2%대로 가면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정부의 동맹국을 향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미국 안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동맹을 모욕하는 일(an insult that serves only to alienate a critical ally)"이라고 비판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현 상황에 대해 "의문의 여지없이, 걱정 된다(Unquestionably, it is worrisome)"고 보도했다.
안드레스 산체스 브라운 기자는 "(미국은) 동맹국을 이렇게 대접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과거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랬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미국과 동맹관계인 다른 나라들도 앞으로 미국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라면서 "협상의 여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방위비를 어느 정도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5배까지는 아니지만 대폭 인상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예상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5배로 증액하라는 미국 행정부의 요구에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미 의회가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법안에 한국의 기여도를 높이 인정하며 “협상에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원회는 NDAA 심의과정에서 작성한 리포트 중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관련 부분에서 “한국의 상당한 분담금 기여에 대해 칭찬한다”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인 국방비 지출은 미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신기자들이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토론해보는 '포린 코레스폰던츠'는 매주 화요일 오수 10시 35분에 방송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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