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이런 사람들과는 협상할 수 없다” “국가 기능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쿠데타”라고 거친 어조로 한국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협상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제시했다. 이 대표는 “필리버스터 신청을 공식 철회하고 국회를 정상 운영하겠다고 공개 약속할 때만 예산안과 법안을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야당과 예산안과 처리 가능한 민생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반응을 하루 이틀 더 지켜본 뒤 4~5일부터는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과 별도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주 중반엔 다음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철회 대신 ‘강 대 강’으로 맞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불법적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았던 민식이법은 (본회의가 열렸으면) 당연히 통과됐을 것”이라며 “여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식이법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는데, 왜 여당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민식이법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미 제출된 199개 전체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을 정식으로, 공개적으로 취소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면 한국당이 ‘유치원 3법’에 대해 기습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치원 3법은 본회의에 부의돼 60일이 지나 본회의에 자동 상정됐다.
한국당은 “민식이법만 통과시키는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신뢰에 금이 간 상황이라 한국당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채 오는 10일 본회의를 여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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