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사자인 정유사들과 증권업계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고도화설비 및 저유황유 생산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사들이 받을 타격이 미약하거나,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석유제품 역마진 현실화?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쓰오일은 600원(0.67%) 떨어진 8만8600원에 마감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00원(0.68%) 오른 14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9일 최근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했다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두 종목은 지난 11월 한 달간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한꺼번에 ‘팔자’에 나선 영향으로 급락세를 탔다. 11월 한 달간 하락률은 SK이노베이션 9.21%, 에쓰오일 11.77%다. GS그룹 지주사면서도 비상장 자회사 GS칼텍스 지분이 높아 정유주로 분류되는 GS도 11월에 3.62% 빠졌다.
정유주 약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 악화가 꼽힌다. 9월 셋째주에 배럴당 8.3달러까지 올라 연중 최대(주간 기준)를 기록했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11월 넷째주엔 1.1달러까지 빠졌다.
11월 셋째주 들어선 일간 기준으로 역마진을 내는 날도 나타나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생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로 본다.
“한국 정유사에 유리한 흐름”
이런데도 증권업계 및 정유업계에선 “정유주 낙폭이 과하다”며 “내년에 한국 정유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악화 흐름을 선박유로 많이 쓰이는 벙커C유 등 고유황 중질유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내년 초 IMO2020 시행을 앞두고 고유황중질유 가격은 여러 유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평균 고유황중질유 가격(황 함량 3.5% 380센티스톡 제품 기준)은 38.6달러로, 전달(46.8달러)보다 21.2% 급락했다. 원유(두바이유)를 비롯해 휘발유, 등유 등 주요 석유제품 가격이 대부분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 흐름이다.
이에 따라 고도화설비에 원료인 고유황중질유를 투입해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경유의 마진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유(황 함량 0.05% 기준)와 고유황중질유의 가격 차이를 뜻하는 크랙스프레드는 올 들어 9월까지 10~20달러대에서 움직이다가 10월 28.8달러, 11월 37.4달러로 급증했다.
에쓰오일을 비롯한 주요 국내 정유사는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추세에 대비해 최근 수년간 고도화설비 마련에 수조원을 투입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1월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가동을 시작해 과거 12% 수준이던 벙커C유 등 고유황중질유 비중을 4% 이하로 대폭 줄였다. SK이노베이션도 2017년부터 1조원을 투입해 지은 잔사유 탈황설비 가동을 내년 3월부터 시작한다.
중국 공급 축소 촉발할까
고유황중질유 생산 비중이 높은 중국 티포트 정유사들의 공급 축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규모 정유기업을 뜻하는 티포트는 영세한 민간 정유사들이지만, 생산능력은 중국 생산능력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무시 못할 수준이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유황중질유 가격 조정이 이어지면 중국 티포트는 수익성 둔화 및 가동률 조정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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