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외교적 결례 여부를 떠나 미 대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 내 부정적 기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나타난 한·미 동맹 균열 등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하기 때문이다. 미 대사 발언은 정부가 미국의 반대에도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하고, 주한미군 기지 조기 반환까지 요구하며 한·미 동맹을 흔드는 와중에 나왔다. 한국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고 지소미아를 파기하려 했다는 의심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이 데모해야 (미국이) 바뀐다”고 한 뒤 친북 단체가 대사관저 담을 넘어 난입하는 일이 벌어졌고, 경찰은 지켜보기만 했다. 이러니 미국이 쉽게 의구심을 떨칠 수 있겠는가.
한·미 간 이견이 계속 노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국가 안보를 넘어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 종북 논란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저자세로만 일관할 게 아니라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물론 제대로 된 남북 관계 개선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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