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마지막 승부, 3년前 알파고보다 센 '한돌'

입력 2019-12-03 17:23   수정 2019-12-11 12:43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사진)의 마지막 대결 상대는 또 다시 인공지능(AI)이었다.

3년 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이 9단은 1-4로 패했다. 최종 결과만 놓고 단순히 “AI에 졌다”고 하기엔, 당시 이 9단이 5번기 제4국에서 알파고에게 받아낸 ‘resign(기권)’ 메시지가 인간이 AI에 거둔 유일한 승리로 남았다.

이 9단은 오는 18~19일과 21일 NHN이 개발한 토종 바둑 AI ‘한돌’과 맞붙는다. NHN 관계자는 “바둑방송 K바둑이 이세돌 9단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기념이 될 만한 여러 버전의 마지막 대국을 제시했고, 이 9단이 AI에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후 3개월가량 협의를 거쳐 대국 상대가 한돌로 결정됐다. 벅찬 상대다. 이 9단은 3년 전과 달리 이번엔 도전자로 AI와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한돌의 기반은 NHN이 1999년부터 서비스해온 ‘한게임 바둑’이다. NHN은 한게임 바둑에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10개월 동안 한돌을 개발해 알파고와의 대국 이듬해인 2017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돌은 사람이 둔 기보로 학습한 ‘정책망’으로 후보 수를 선택한 뒤 자가 대국(머신러닝) 기보로 학습한 ‘가치망’과 ‘롤아웃’(좁은 영역에 특정 패턴의 돌이 놓이면 미리 만들어둔 패턴으로 돌을 두는 방법) 알고리즘으로 다음 수에 대한 승리 확률을 얻는다. 여기에 ‘MCTS’(내 턴에서 내가 제일 좋은 수, 상대 턴에서 상대가 제일 좋은 수를 번갈아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수를 찾는 방법) 수읽기 알고리즘을 결합했다.

현재 버전의 한돌은 정책망과 가치망을 활용한 딥러닝(심층학습)을 한층 정교화, 롤아웃 없이도 MCTS 알고리즘을 통해 다음 수를 예측한다. 2016년 이 9단과 겨룬 ‘알파고 리’ 버전보다 높은 기력을 선보인다고 NHN은 자평했다.

지난해 초 한돌은 한게임 바둑 9단 이용자와의 대결 이벤트에선 승률 80.5%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 버전 한돌은 작년 12월 국내 프로기사 톱5인 신민준·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에서 전승을 거둔 바 있다.

김봉구/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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