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저격한 트럼프…철강·알루미늄에 기습관세

입력 2019-12-03 17:17   수정 2019-12-0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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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재개하겠다고 2일(현지시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몇 달간 관세폭탄을 자제하는 듯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 없이 남미로 전선을 확대하자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 철강산업 노동자의 지지를 얻으려는 시도라는 관측부터 미국 대신 중국에 농산물 수출을 늘린 두 나라를 제어하려는 행동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를 엄청나게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건 미국 농부에게 좋지 않다”면서 “이들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당장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3월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작년 5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함께 쿼터제를 수용한 뒤 관세를 면제받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국이 통화를 조작해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양국 환율이 평가절하된 원인은 경제가 악화된 탓이란 것이다.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환율조작국에 포함돼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얻어온 두 나라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9개월 동안 중국이 수입한 대두(콩)의 77%가 브라질산이다. 과거에는 40% 수준에 그쳤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농민과 철강업계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 행보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브라질·아르헨티나 관련 질문에 “우리 철강 회사들이 매우 기뻐하고 농민도 기뻐할 것”이라고 답했다.

갑자기 관세폭탄을 맞게 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급히 협상을 요청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겠다. 그와 대화할 수 있는 열린 채널이 있다”고 했다. 단테 시카 아르헨티나 생산노동부 장관은 이번 미국의 결정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난주 워싱턴에 있었고 많은 사람과 대화했지만 (관세) 변화가 있으리라는 어떤 신호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쿼터제를 조건으로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세 나라 중 하나다. 이들 두 나라에 대한 관세가 부활하면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환율과 연결한 명백한 첫 사례”라며 “이는 무역전쟁에서 환율시장이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새 국면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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