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서울 부동산에만 쏠리는 1000조 부동자금

입력 2019-12-03 10:02   수정 2019-12-03 10:14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서울 부동산 시장을 맴돌고 있다. 치솟는 집값과 저금리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막론하고 돈이 몰리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의 여파로 서울에서는 아파트 매물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청약을 통해 당첨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부동자금들은 경매, 상가, 미분양 아파트 등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땅값과 집값이 오르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 유찰없는 낙찰 88% 달해

부동자금은 언제든 빼서 쓸수 있는 돈, 이른바 대기자금을 말한다.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이 6월말 기준으로 내놓은 부동자금의 규모는 989조6795억원, 약 1000조원에 이른다.

역사적인 최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9일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를 열고 시장의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여기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면서 내년에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같은 저금리로 금융 상품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졌지만 부동산은 얘기가 다르다.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다, 저금리로 대출에 대한 부담도 줄어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4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주택에 대한 수요는 경매로 향하고 있다. 청약 과열로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탓도 있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법원경매로 나온 아파트들의 낙찰가율은 103.8%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특히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낙찰가율이 107.7%를 기록했다.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 8월 101.8%로 올해 처음 100%를 넘겼다. 9월(100.9%)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10월(101.9%)과 11월(103.8%)에 낙찰가율이 상승했다. 지난달 낙찰가율이 100%를 초과하는 서울 아파트 수는 33개로, 마찬가지로 올들어 가장 많았다. 유찰 없이 1회차에 낙찰된 사례는 29건에 달해,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유찰 1회는 4건이었으며 유찰 2회는 아예 없었다.

강남 3구에서 경매에 나온 아파트는 송파구 신천동의 진주아파트와 잠실파크리오, 서초구 방배동 방배브라운가 등이었다. 이들 아파트 모두 감정가가 10억원이 넘었으나 경매에 나오자마자 낙찰됐다. 지난 3월에 유찰됐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이번에 19명이 응찰해 111%의 낙찰가율을 나타냈다.

◆ 서울 상업·업무용 부동산, 1조원 넘게 자금 몰려

서울로 몰리는 돈은 상업·업무용 부동산을 가리지 않고 있다. 제 아무리 못난 상가라고 하더라도 공실만 없다면 어느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서울 내 상업·업무용 부동산(제1종, 제2종,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업무시설) 거래량은 478건으로 지난해 동월 362건 대비 116건 늘었다. 약 32% 증가한 수치다.

서울 내 거래 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중구로 60건의 거래가 있었다. 이어 △영등포구(56건) △광진구(53건) △종로구(43건) △강남구(40건) 등이었다. 주로 일자리가 몰려 있거나 업무지구가 포진한 중심상권들이다.

이처럼 거래량이 늘면서 상업·업무용에 몰린 자금은 1조279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0월(8151억원)에 비하면 약 57% 증가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자영업의 쇠퇴와 함께 상가 투자 분위기도 다소 침체됐다"면서도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입지가 좋은 서울 및 일부 수도권 상가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지가 좋지 않은 상가는 점점 더 경쟁력을 잃어 상가 양극화 현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미분양 소진도 서울·수도권 중심

부동산의 지역 쏠린 현상은 미분양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이는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줄어든 덕분이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5만6098가구였다. 한 달 새 3964가구, 6.6% 감소한 수준이다. 2016년(5만6413가구)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014년(4만379가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를 중심으로 한 달 만에 미분양 주택 물량이 17.2%(1663가구) 급감했다. 수도권의 경우 집값이 상승하는데다 분양시장이 회복되면서 미분양도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남(1만3500가구), 경북(6680가구), 강원(7380가구) 등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여전한 상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1만9000여가구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서울과 일부 수도권의 부동산으로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일부 지방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을 대부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도 이미 중단됐다. 저금리에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10월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총 604조29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출 잔액(570조3635억원) 보다 5.95% 증가한 규모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5%대'고 규정하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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