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일본판 브로드웨이' 육성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입력 2019-12-03 10:39   수정 2019-12-03 11:40


연말을 맞아 각종 공연이 성수기를 맞이했습니다. 도쿄 등 일본 주요 도시들도 각종 공연과 전시회 등이 열리며 분주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도쿄가 아시아권에선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닌 공연 인프라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뉴욕이나 런던 등 세계 공연 중심지와는 여전히 격차가 적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에 따라 관광산업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일본정부와 도쿄도가 공연 등 문화콘텐츠 수준 향상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뉴욕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성업 중인 티켓 판매소 ‘tkts’가 올 8월에 도쿄 시부야에서도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티켓 판매소는 예정에 없이 공연을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공연직전의 남은 티켓을 할인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개점 3개월가량 지난 시점에서 이 회사 관계자는 “브로드웨이와는 차이가 크다. 도쿄가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설명입니다. 당초 브로드웨이의 절반 수준인 하루 2000장의 티켓 판매를 목표로 삼았는데 실제 판매량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일본의 공연산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유로 세계적인 극장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관련 대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입니다. 히비야나 시부야 등에 드문드문 공연시설들이 있기는 하지만 극장가라 부를 만한 수준은 아니고, 밤늦게까지 즐길 공연도 적다는 판단입니다.

무엇보다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엔드’에 비견할만한 극장 특화지역이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지하철 2호선에 해당하는 도쿄 야마노테선 안쪽 지역의 넓이가 뉴욕 맨해튼과 면적은 거의 같지만 뉴욕의 극장은 브로드웨이에 거의 집중된 반면, 도쿄에선 여러 지역에 극장이 산재해 있는 게 차이라는 지적입니다. 연극이나 각종 공연을 하는 극장수가 도쿄는 149개(세계 5위)로 파리(223개), 모스크바(205개)에 비해선 적지만 런던(177개), 뉴욕(174개)에 비해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입니다.


여기에 일본의 극장 대부분이 외국인이 관람하지 않고 일본인만 보는 ‘내수용’극장이라는 점도 한계로 꼽힙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경우, 전체 연극 관람자의 3분의1이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점과 큰 대비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독자적인 공연 콘텐츠 및 전문 인력 부족도 일본 공연산업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주요 극장 및 공연관계사 관계자들과 함께 ‘일본판 브로드웨이’를 만들기 위한 기본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도쿄 어느 지역에 극장을 집중해야할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논의 진행이 더딘 상태라고 합니다. ‘시부야를 중심지로 삼자’거나, ‘히비야야 말로 일본의 브로드웨이’라는 의견, ‘긴자와 아카사카를 포함한 지역에 집적시키자’는 주장 등이 팽팽히 맞선다는 후문입니다.

한편 일본판 브로드웨이 조성 논의와는 별개로 각종 신축 극장들이 도쿄 각지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올 11월 이케부쿠로에 8개 극장으로 구성된 대형 공연시설이 들어섰고, 2020년 초에는 일본의 유명극단 사계의 전용극장이 도쿄 아리아케에 문을 열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는 도쿄가 아시아 문화 공연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관광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기폭제로 삼기 위해 공연산업 진흥에 많은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문화산업이라는 것이 정부가 육성한다고 발달하는 것인지 의심이 적잖게 들긴 합니다만 과연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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