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으로 칸을 밟고, 청룡의 꽃이 된 배우 조여정이 드라마 복귀에 앞서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렇게 베일을 벗은 '99억의 여자'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전작 '동백꽃 필 무렵'의 흥행 부담 속에서도 조여정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KBS2 새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 제작발표회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라마다서울신도림 호텔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김영조 PD를 비롯해 배우 조여정, 김강우, 정웅인, 오나라, 이지훈이 참석했다.
'99억의 여자'는 조여정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가 출연한 영화 '기생충'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인의 박수를 받았고, 조여정은 지난달 이 작품으로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조여정은 "언제든지 연기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항상 짝사랑해왔다. 그 사랑은 절대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 이 상을 받았다고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진 않겠다. 지금처럼 열심히, 묵묵히 걸어가 보겠다"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날 조여정은 연기를 짝사랑해왔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며 "데뷔를 언제 했는지를 떠나서 모든 배우들이 비슷할 것 같다. 본인 연기가 아쉬울 거다. 나는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정말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이게 발전해나가는 과정 아닐까 생각하며 힘겹게 해나가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같이 하는 감독님들, 배우분들의 능력을 받아 늘 다른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도전할 때 무섭긴 하지만 파트너들을 믿으면서 작품을 해 나간다. '짝사랑' 수상소감 이야기에 많은 배우분들이 공감했다고 하더라.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을 샀다고 하니 좋다"고 전했다.
'99억의 여자'에서 선보일 정서연 캐릭터에 대해서도 직접 소개했다. 그는 "'기생충'에서는 밝고, 순수하고, 어려움 없고, 허당기 있는 사모님의 역할을 소화했다"면서 "배우들은 정반대의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냐. 나도 이 역할이 그냥 해보고 싶었다. 이렇게까지 힘든 삶은 어떤 걸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힘든 삶 속에서도 정서연이 당당하고 대범한 것에서 매력을 많이 느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내가 절망의 끝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서연이를 보며 약간의 희망을 얻길 바랐다. 큰 돈을 얻는다고 내가 정신적으로 나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전하며 작은 위안을 드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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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첫 방송된 '99억의 여자'는 1, 2부 각각 7.2%와 8.7%의 전국일일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작인 '동백꽃 필 무렵' 39, 40회가 기록한 19.7%와 23.8% 보다 낮은 수치이지만 해당 작품이 1, 2회에서 기록한 6.3%와 7.4%보다 높은 수치다.
동시에 이날 방송된 지상파 수목드라마 중 시청률 1위에 해당된다. MBC '하자있는 인간들'은 2.5%와 3.0%의 시청률을 나타냈고,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4.0%와 4.8%로 출발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조여정의 연기력에 놀라움을 드러내고 있다. 조여정은 극 중 절망에서 희망 그리고 탐욕으로 변모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생생한 표현력과 연기력으로 그려냈다. 앞선 영화 '기생충'에서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속도감 있는 전개에 묵직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의 '99억의 여자'에서 앞으로 조여정이 앞으로 어떤 열연을 펼칠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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