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현대자동차 노조를 이끌 노조위원장으로 실리 중시 성향의 이상수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이 신임 위원장은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임기를 시작한다. 1988년 입사한 이 당선자는 실리·중도 노선의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 의장으로 2009년 3대 집행부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간 강경 투쟁 위주였던 노조 기조가 노조원 전체의 실익과 노동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에서 미래차 중심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사측과의 노사관계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 기아차 그룹 내부뿐 아니라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다른 자동차 노사 관계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 투표율 86.6%에 후보간 격차 0.93%에 불과
현대차 노조는 제8대 임원(지부장) 선거 개표 결과 이 당선자가 총 2만1838표(49.91%)를 얻어 2만1433표(48.98%)를 기록한 강성 성향의 문용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4일 새벽 밝혔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5만552명 중 4만3755명(투표율 86.6%)이 참여했으며 두 후보 간 격차는 405표(0.93%)에 불과했을 정도로 근소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1차 투표에선 이 당선자가 1만5607표(득표율 35.70%)로 1위, 문 후보가 1만3850표(31.68%)로 2위를 차지했었다. 이어 안현호 후보가 9968표(22.80%)로 3위, 전규석 후보는 3686표(8.43%)로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노조 규약에 따라 과반 이상 득표자가 지부장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다득표 1·2위 후보를 놓고 결선 투표를 진행, 이 당선자가 위원장으로 최종 확정됐다.
◆ '고용 불안 해소' 공약 지지 이끌어
1988년 입사한 이 당선자는 실리·중도 노선의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 의장으로 2009년 3대 집행부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 호봉 승급분 재조정·61세로 정년 연장·해외공장 유턴(U-Turn) 등 4차 산업 대비 고용 불안 해소 ▲ 조합원 고용 안정 ▲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조합원 실리 확보 ▲ 장기근속 및 특별채용 조합원 차별 철폐 ▲ 투명경영 견인 ▲ 여성조합원 처우 개선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미래차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노동자 수가 줄어들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4차 산업 대비 고용 불안 해소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 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노조위원장인 하부영 위원장의 발언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열린 '노동조합의 사회연대전략' 토론회에서 "임금 인상 투쟁 방향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달라", "노조가 10% 기득권 세력이 돼 부자 되기 운동을 한 것"이라며 기존 노동운동을 비판했다. 현재 현대차 노조원 1인당 연봉은 수당과 상여금 등을 포함해 평균 9000만원이 넘는다.
◆ 전기차 시대 노동자 수 감소 불가피
하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인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됐다. 그가 주도해 만든 노사고용안정위원회는 지난 10월 현대차가 전기차로 주력 모델을 전환할 경우 2025년까지 필요 인력이 약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조합원들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실리 성향 후보에게 표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잇따라 인원 감축을 발표하고 있다.
폭스바겐, 아우디, 벤츠 등 완성차뿐 아니라 콘티넨탈, 로딩 같은 세계적 부품제조사도 감원 폭풍을 예고했다. 머지 않아 한국에도 이런 상황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막무가내식 임금 인상보다 일자리 안정을 우선시 한 '미래형 선택'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회사 운영에도 불확실성이 일부 제거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당선자는 "당선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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