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치사슬 빠르게 무너져…국내 기업간 협업 생태계 구축해야"

입력 2019-12-04 15:15   수정 2019-12-04 15:16


한국무역협회는 ‘제56회 무역의 날’을 맞아 국내 기업 간의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보호무역주의 대두,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만큼 소재·부품·장비의 안전한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취약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무역협회는 강조했다.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4일 무역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역내무역 비중은 2012년 51.0%를 기록한 이후 매년 상승해 2017년 54.7%로 높아졌다. 미국, 캐나다 등이 포함된 북미권 내 교역 비중은 2011년 48.6%에서 2017년 50.1%로 1.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권 내 교역 비중도 66.6%에서 68.2%로 1.6%포인트 높아졌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지역화(regionalization)로 무역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며 “아시아권은 중국, 유럽은 독일, 북미는 미국을 중심으로 지역 내 무역의 가치사슬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GVC는 선진국이 신흥국에 자본재와 중간재를 공급하고 신흥국은 최종재로 조립·가공해 선진국에 다시 수출하는 수직적 분업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세계 경제에서 신흥국 위상이 확대되면서 선진국-신흥국 간 분업구조가 수평적 관계로 바뀌었다. 여기에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생산비용 격차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신흥국으로 이동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발전으로 본국 또는 소비자와 가까운 곳이 생산거점이 되는 추세다. LG전자가 올 5월 미국 테네시주에 첨단자동화시스템이 구현된 스마트공장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GE는 중국, 멕시코에 있는 가전공장을 인건비 상승과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미국으로 옮겼다. 제조공정 전반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규제 완화로 리쇼어링 유도해야

무역협회는 이 같은 세계 무역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내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국내 고용 창출 및 수출 증대를 위해 제조업체 자국 귀환(리쇼어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제조기술이 스마트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신흥국에서 소비시장 인접지 또는 기술개발 거점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해외 생산으로 인한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타개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국내 회귀 정책을 적극 추진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미국은 법인세 감면, 규제 완화 등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추진한 결과 최근 5년간 482개사가 본국으로 돌아왔다.

김 회장은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으로 국내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구개발(R&D), 디자인 등 혁신적 기업들의 활동을 본사 거점지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역내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 간의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제 단장은 “혁신 역량이 주요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한국 경제 구조상 짧은 시간 내에 경쟁력 있는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먼저 중소기업에 문을 여는 포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기관·대학 간에 정보공유 테스트베드 구축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중국에 치우쳐 있는 수출 구조와 품목을 다변화하고 서비스산업을 새로운 고부가가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무역협회의 분석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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