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놓고 맞붙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글로벌 ‘특허 공룡’ 퀄컴의 승부에서 공정위가 이겼다. 법원은 “퀄컴이 휴대폰 부품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타 업체의 기술 혁신을 방해했다”는 공정위 주장을 받아들였다.
4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노태악)는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의 1조300억원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고 선고했다. 앞서 2016년 12월 공정위가 퀄컴에 과징금을 부과한지 3년만에 나온 법원 판결이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칩셋·특허권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계열사인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 3개사에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인 1조300억원과 함께 퀄컴의 특허권 제공 방식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서울고법에 2017년 2월 공정위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시정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으나 고법과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날 재판부는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고, 경쟁 모뎀 사업자들의 사업활동을 방해한 행위가 인정된다”며 과징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휴대폰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하고 있는 퀄컴은 ‘특허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프랜드(FRAND) 확약을 수용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이후 퀄컴은 인텔, 미디어텍 등 경쟁 모뎀 칩셋 제조사들의 특허권 사용 요구를 거부해왔다. 퀄컴은 칩셋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뒤 이를 지렛대로 삼아 휴대폰 제조사에 칩셋 공급 중단 위협을 가하며 특허권 계약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하고, 휴대폰 단말기마다 로열티를 받아왔다. 더불어 휴대폰 제조사에 자사의 칩셋과 관련된 특허권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대가로 휴대폰 제조사들이 보유한 이동통신 관련 필수특허를 무차별적으로 끌어모았다는 게 공정위의 조사 결과다.
신연수/남정민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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