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리우 AT커니 회장(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화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은 앞으로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데 대해서는 “디지털 전환은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업(業) 특성에 맞게 세 단계로 나눠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 뒤(1단계), 핵심 산업의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2단계),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3단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 2단계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3단계에 모두 투자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사업에 ‘디지털’을 입혀 서비스 영역을 넓힌 사례로는 농기계 업체인 존 디어를 꼽았다.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수년 전부터 매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회를 열고 있다. 장비에 탑재된 사물인터넷(IoT) 센서들로부터 방대한 정보를 얻어 부품 교체 주기와 노후 여부, 성능 개선 등에 활용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2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양사의 모바일 서비스 부문을 통합하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 등에 맞서기 위해서다.
리우 회장은 “디지털화를 위한 투자는 사업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특히 중요시하는 것은 ‘일에서 느끼는 기쁨(joy at work)’이다. 지난해 AT커니가 세계 글로벌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만이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AT커니는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구성원들이 일에서 행복감을 느끼는지를 추적했다.
리우 회장은 회사를 거대한 ‘팀들의 팀(team of team)’으로 보고, 조화로운 팀을 구성하는 게 첫 번째 요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방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가 각자의 역할을 조화롭게 해낼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오고, 직원들이 느끼는 행복감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하고, 사회적으로는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이해할수록 몰입도도 높아진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도 성과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위계질서보다 아이디어가, 전략보다 문화가, 지능지수(IQ)보다 감성지수(EQ)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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