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페이스북·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CP)의 무임승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망 사용료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정작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망 이용 대가 산정 근거, 제재 방법 등이 빠져 실효성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했다.
국내 CP들이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IS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해외 CP보다 불리한 조건에 있다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그간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는 사실상 공짜로 통신망을 이용해 국내 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국내 CP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망 사용료로 통신사에 매년 수백억원을 지출해왔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망 이용 대가에 직접 개입하기보단 망 이용 계약의 원칙과 절차를 정하고,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계약 당사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 사업자에게 거래상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인터넷망 이용 계약을 체결할 때는 이용 대가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 그 사유를 제시하도록 했다.
계약 당사자가 상대방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불공정 행위 유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계약 수용을 강요하는 경우 △상대방이 제시한 안을 불합리한 사유로 지연·거부하는 경우 △제3자와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거부 등을 요구하는 경우 △계약 당사자가 제3자와 공동으로 상대방에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강제성이 없는 탓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CP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망 이용 대가 산정 근거도 빠져있다. 현재 업체 간 망 이용단가는 '비밀유지의 원칙'이 적용돼 이용단가가 공개되지 않는다. 다른 사업자와 계약조건을 비교하기 어려워 불공정 계약 여부를 가늠할 수도 없다.
이에 오히려 국내 CP들의 입장이 난감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재환 한국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가이드라인으로 해외 사업자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망 이용료 문제는 특정 해외 CP 때문에 불거졌는데, 가이드라인으로 인한 후폭풍은 국내 CP가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마찬가지.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도에 강제성이 없으면 어떤 사업자가 지키겠느냐"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CP의 무임승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논의 과정을 거쳐 연내에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1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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