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5일 더불어민주당은 본격적인 ‘검찰 때리기’에 돌입했다. 집권 여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검찰에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은 특위에서 검찰의 ‘정치 개입’과 ‘자유한국당과의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검찰 항의방문, 특별검사 도입 등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 등의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검찰과의 총력전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위기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검찰과 한국당 뒷거래”
민주당은 추미애 의원의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 여망을 받들 수 있는 강단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검찰 공정수사 촉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설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검찰이 피의사실 유포와 한국당 봐주기 수사, 청와대 표적 수사로 검찰개혁 법안 논의를 좌초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검찰이 무고한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대한민국 검찰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입맛에 따른 수사권 행사와 권력 남용 문제는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며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검찰과 한국당 간 모종의 거래가 있다는 의혹을 쏟아냈다. 설 의원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력’과 관련해서는 한국당 의원을 7개월 넘게 기소하지 않으면서 짜 맞추기 수사로 ‘청와대의 하명 수사’라는 없는 의혹을 만들어내려는 데서 그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했다. 홍영표 의원은 “검찰 측에서 비공식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를 정리하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검찰과 한국당이 뒷거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회의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면담을 위한 대검찰청 방문, 특별검사 도입 등의 검찰 압박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여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일단 ‘신중 모드’를 유지하기로 했다. ‘조국 사태’ 때는 피의사실 공표 등으로 검찰을 고발까지 했지만 실익은 없었다. 민주당은 6일 검경 고위 간부들을 국회로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로 했지만 검경이 난색을 보여 무산됐다. 설 의원은 앞서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임호선 경찰청 차장을 불러 (하명 수사 의혹의 계기가 된) 울산 사건에 대해 사실을 파악해보기로 했다”며 “내일 쌍방의 의견을 들어보고, 검찰이 상궤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특별검사 수사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은 그러나 수사의 공정성을 이유로 참석을 거부했다.
청와대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한국당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상도 의원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데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 의원은 지난 4일 한 언론을 통해 “이 비서관이 ‘백원우 별동대’ 출신으로 검찰 출두 직전 극단적 선택을 한 A수사관을 상대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고 밝혔다.
한국당 “조국 등 10여 명 고발”
한국당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곽상도 한국당 친문(친문재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조 전 장관 등 10여 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명 수사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 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 등은 직권 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둘러싸인 오거돈 부산시장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법무부 장관에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내정된 것에 날을 세웠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와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궁여지책 인사이고, 문재인 정권의 국정농단에 경악하고 있는 국민들께는 후안무치 인사”라며 “당대표 출신 5선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추미애’라는 고리를 통해 아예 드러내놓고 사법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고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청와대 옹호론만 펼치던 사람이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법무부 장관에 적합할지 의문”이라며 “돌출적 행동으로 틈만 나면 협치를 걷어찬 전력의 소유자가 어떻게 야당을 설득해 검찰개혁을 이뤄낼지 걱정스럽다”고 논평했다.
조미현/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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