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兆 부동산PF'에 경고장 날린 금융당국

입력 2019-12-05 17:33   수정 2019-12-06 00:54

이르면 내년부터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자기자본 이상으로 채무보증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대형 증권사가 확대된 신용공여 한도나 발행어음 자금을 부동산PF 대출에 활용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대폭 강화된다. 감독당국은 비은행권의 부동산 투자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동산금융 확대에 ‘경고장’

금융위원회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제3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부동산PF 등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이 참석했다.

PF는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부동산 등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올 6월 말 현재 전 금융권의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28조1000억원, 대출 잔액은 71조8000억원으로 전체 익스포저가 약 100조원에 달한다. 2013년 이후 부동산PF는 증권사 등 비은행권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증권사들은 주로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유동성 및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등의 형태로 부동산PF 사업장에 채무보증을 한다. 2013년 말 10조6000억원 수준이던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올 6월 말 현재 26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부동산PF 채무보증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달한다.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이 급증하면서 부동산경기 하강 등 시장 여건이 악화될 때 금융업 전반의 위험(리스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보험사와 저축은행은 법상 PF 채무보증 취급 자체가 금지돼 있지만 증권사 등은 이런 규정이 없다. 그렇다 보니 일부 증권사에선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등 채무보증이 과도하게 늘면서 리스크가 커졌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 대형 증권사 부동산금융 담당 임원은 “부동산PF 규제가 강화되면 신규 투자는 아예 불가능해진다”며 “증권사에 의존해온 PF 사업장은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과도한 규제 강화 우려”

금감원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 부동산금융에 대한 고삐를 죄고 나섰다. 윤석헌 금감원장(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26명과 만나 자본시장 감독 방향을 소개하고 업계 의견을 들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원장이 금융투자업계 CEO들과 한자리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윤 원장은 ‘부동산 그림자금융’이라는 용어를 꺼내들었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증권사 PF 대출이나 채무보증,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 부동산 유동화증권 등 비은행권이 취급하는 부동산금융을 뜻한다. 윤 원장은 “최근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금융 시장에 잠재된 리스크 요인에 더해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위협 요인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칵테일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본시장 부동산 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다. 대출채권, 채무보증, 부동산펀드·신탁, 유동화증권 등 데이터를 수집해 그림자금융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한편 위험평가지표를 마련해 고위험·부실자산을 가진 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투자업계 CEO들은 당국의 부동산금융 관련 정책·감독 기조가 ‘규제 강화’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석인 금융투자협회장 권한대행 자격으로 참석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과도한 규제가 도입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전체 의견”이라며 “건전성 규제도 금융투자업계가 자본을 적극 활용해 기업에 필요 자금을 공급하고 적절한 자금 중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양병훈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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