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도 가려가면서 글 써야"…익명 뒤에 숨은 '저격글' 위험하다

입력 2019-12-07 08:45  


최근 회사 직원들과 소통하는 소셜미디어(SNS)에 상사를 욕하는 글을 올리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직원을 해고한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더 이상 익명 뒤에 숨어 게시한 '저격글'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지난달 26일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인정 해달라"며 낸 '부당해고 구제 심판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 직원인 A 씨는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직원 120여 명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 대나무숲에 상급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일로 A 씨는 결국 해고당했고, 법원에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이 확정됐다.

특히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저격글'을 작성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에서 비교적 찾아내기가 쉬운 편이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포털사이트의 경우 '익명' 뒤에 숨어도 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 수사기관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블라인드,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에는 수사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워마드에는 각종 남혐발언, 명예훼손성 글들이 연이어 게시됐지만 경찰은 해외에 서버가 있다는 점으로 인해 아직까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같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혜경궁 김씨 논란이 있었을 당시에도 경찰은 트위터로부터 해당 계정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인터넷이나 SNS 포털 등에 저격글을 쓰더라도 위험한 곳이 있고 위험하지 않은 곳이 있다"면서 "네이버나 다음에서 저격글을 쓰는 경우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자료를 요청하면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의 경우에는 자료가 다 제출된다"면서 "그러나 블라인드와 페이스북 트위터는 위험하지 않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수사기관이 자료를 요청해도 우리나라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협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양태용 여민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익명 뒤에 숨어서 누군가를 저격하는 글을 쓰는 것은 원래부터 위험한 행위"라며 "불특정이라면 명예훼손이 아닌데 특정이 된다면 당연히 명예훼손 행위가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영장만 있다면 국내에 서버가 있는 익명 게시판, 인트라넷, 포털 내 익명 게시자를 다 찾아낼 수가 있다"라면서 "블라인드,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이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에는 수사 협조가 잘 안된다. 해외에 서버가 있는지 없는지가 가해자를 잡을 수 있느냐 마느냐의 핵심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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