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 vs ‘보합’
일부 전문가는 내년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과잉 유동성 등 올해 상승을 야기했던 조건들이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며 “내년에는 전셋값 상승, 총선을 겨냥한 개발호재 발표 등의 상승재료가 더해질 예정이어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는 내년 4월이 지나면 공급 축소가 가시화된다”며 “공급이 끊기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철 유안타증권 PB팀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내년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신규 입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줄어든다”며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서울은 7%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일부 전문가는 나빠진 거시경제 여건과 보유세 부담 등을 들어 강보합 또는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에 이어 내년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며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만 강세를 지속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대출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여건이 나빠지면 투자 수요가 잘 붙지 않는다”며 “서울 전세가율이 61%대로 뚝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에도 경기 악화로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유동성도 풍부해 집값이 크게 조정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급락세를 예상했다. 보유세 부담으로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근거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 인기 지속”
신축 또는 준신축 아파트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이상우 대표는 “당분간 정비사업이 올스톱되는 만큼 재개발·재건축 매수는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공급 위축에 따른 신축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대규모로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승철 컨설턴트는 “신축을 고를 때 5년 이하는 이미 많이 올랐고 5~10년 사이의 매물을 살펴보면 좋다”고 말했다.
단기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재개발 대상 주택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확대’ ‘재건축 허용 연한 확대’ 등 정비사업에 대한 추가규제가 나오면서 정비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역별로는 지금까지 덜 오른 수도권 지역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은 곳을 위주로 키 맞추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명숙 센터장은 “상승장 후반에는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들이 갭 좁히기를 한다”며 “먼저 치고 나간 지역에 비해 덜 오른 곳은 전세가율이 아직 높아 투자 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확실해서다. 함영진 랩장은 “청약가점이 60점 이하인 실수요자는 서울 주요 지역 당첨 가능성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는 지역별 당첨 가점을 잘 살펴 당첨 가능한 곳에 청약하거나 매매로 돌아서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기/최다은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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