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자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친여 핵심세력의 반대 논리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경실련은 “재벌 개혁에 나설 수 있는 인사라야 한다”고 했고, 참여연대는 “반개혁적·기업 중시형 인사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민노총은 “(시행착오 끝에 경제로 눈을 돌린) ‘참여정부 시즌 2’로 향하는 인사”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이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법인세 인하 등 기업투자 촉진 정책을 펼쳤다는 이유에서다. 상투적이고 퇴행적인 진영논리의 전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소차 비메모리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동력을 발표할 때마다 “정부가 기업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다짐했다. 기업 현장을 방문할 때는 “기업이 한국 경제의 희망”이라고 했다. “경제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임기 후반기 최대 과제”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지지계층의 반대 논리에 밀려 총리 후보를 두고 다시 장고에 들어간 것이라면 이 발언들은 모두 공수표가 되고 만다.
현 정권은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미·중 무역 분쟁 등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기에는 내부 요인이 너무 크다. 노골적인 ‘친노조 정책’은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의 획일적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압박 등이 투자의욕을 꺾어버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강조하지만 그때마다 좌파 시민단체들은 신산업 규제개혁의 발목을 잡으며 어깃장을 놨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은 물론이고 비상장 벤처의 차등의결권 도입, 데이터 3법 개정, 심지어 규제 샌드박스 시행까지 반대했다. 갈 길 바쁜 기업을 옥죄는 공정거래법 개정과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 배후에도 이들이 있다. 현 정권의 출범에 ‘지분’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이야말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제 관련 단체들은 “지금은 경제 총리가 필요한 시기”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하소연이다. “경기가 바닥을 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정부 기대와 달리 영국의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글로벌 불황을 전망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면 내부의 자해적인 정책들부터 서둘러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경제 활력’ 회복이 정책의 최우선순위”라는 백마디 말보다 기업과 소통할 수 있는 총리 지명이 훨씬 효과적인 시그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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