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기업 인사는 총리 안 된다"는 여권 내 주장, 말이 되는가

입력 2019-12-06 18:15   수정 2019-12-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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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청와대가 ‘경제통’으로 불리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유력한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올려놓고 검증까지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공석인 법무부 장관에 추미애 민주당 의원을 지명하면서 총리 후보자 발표는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총리 인사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김진표 총리 카드와 관련해 좌파 시민단체와 민노총, 여당 일각과 정의당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총리 후보자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친여 핵심세력의 반대 논리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경실련은 “재벌 개혁에 나설 수 있는 인사라야 한다”고 했고, 참여연대는 “반개혁적·기업 중시형 인사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민노총은 “(시행착오 끝에 경제로 눈을 돌린) ‘참여정부 시즌 2’로 향하는 인사”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이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법인세 인하 등 기업투자 촉진 정책을 펼쳤다는 이유에서다. 상투적이고 퇴행적인 진영논리의 전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소차 비메모리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동력을 발표할 때마다 “정부가 기업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다짐했다. 기업 현장을 방문할 때는 “기업이 한국 경제의 희망”이라고 했다. “경제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임기 후반기 최대 과제”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지지계층의 반대 논리에 밀려 총리 후보를 두고 다시 장고에 들어간 것이라면 이 발언들은 모두 공수표가 되고 만다.

현 정권은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미·중 무역 분쟁 등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기에는 내부 요인이 너무 크다. 노골적인 ‘친노조 정책’은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의 획일적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압박 등이 투자의욕을 꺾어버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강조하지만 그때마다 좌파 시민단체들은 신산업 규제개혁의 발목을 잡으며 어깃장을 놨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은 물론이고 비상장 벤처의 차등의결권 도입, 데이터 3법 개정, 심지어 규제 샌드박스 시행까지 반대했다. 갈 길 바쁜 기업을 옥죄는 공정거래법 개정과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 배후에도 이들이 있다. 현 정권의 출범에 ‘지분’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이야말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제 관련 단체들은 “지금은 경제 총리가 필요한 시기”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하소연이다. “경기가 바닥을 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정부 기대와 달리 영국의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글로벌 불황을 전망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면 내부의 자해적인 정책들부터 서둘러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경제 활력’ 회복이 정책의 최우선순위”라는 백마디 말보다 기업과 소통할 수 있는 총리 지명이 훨씬 효과적인 시그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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