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는 주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신뢰 저하를 꼽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갈등에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휘둘리다 보니 내년 기업 이익이 20% 넘게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와도 잘 믿지 않는다”며 “한국 증시는 빠질 땐 많이 빠지고 오를 땐 조금 오르는 재미없는 시장이란 인식도 외국인이 관심을 끊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시아 신흥국에서 한국과 경제 구조가 가장 비슷한 나라가 대만인데, 이번 무역갈등에 대만이 더 잘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투자자도 한국보다 대만을 선호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대만은 미·중 무역갈등이 터진 뒤 적극적인 유인책으로 중국에 나가 있던 자국 기업을 불러들여 국내 투자가 오히려 증가했다. 상장사 평균 주당순이익(EPS)도 한국은 올해 33.7% 줄어들지만 대만은 5.6% 감소에 그칠 전망이다.
일각에선 외국인의 이탈을 일시적 요인에서 찾는다. 북한 리스크 확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상장,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추가 상장, 기관들의 연말 북 클로징(장부 마감) 등이다. 하지만 한국이 저성장국 대열에 들고 경제 활력도 점점 떨어지면서 옛날처럼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이 2%대 성장률 달성도 힘든 나라가 되면서 외국인의 관심이 다른 성장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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