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4+1 협의'로 예산안 처리 의지…한국당 "세금 도둑질" 반발

입력 2019-12-08 17:44   수정 2019-12-09 01:18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9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위법 논란까지 벌이며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이른바 ‘4+1 예산안’ 처리를 강행할 의사를 보이자 한국당은 “실무에 참여한 공무원을 고발하겠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민주당이 “겁박하지 말라”고 맞받으면서 여야 갈등이 깊어졌다. 513조원 규모의 예산안이 여야 정쟁의 ‘볼모’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재원 “‘4+1’은 세금 떼도둑”

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4(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1(대안신당)’ 협의체에서 예산안 최종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특정 정파가 공무원을 동원해 자신들의 일을 대신 시키고 있다”며 “이를 지시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과 정치 관여 혐의로 모두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통상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가 끝나면 기재부 직원이 ‘시트 작업’이라고 불리는 실무 정리작업을 한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 파행으로 예산안 심사가 여야 3당 교섭단체가 아니라 4+1 협의체에서 이뤄지면서 문제가 됐다. 4+1 협의체에서 이뤄지는 예산안 심사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김 위원장과 한국당의 주장이다. 그는 “4+1 협의체는 정파적 이해관계로 뭉친 정치집단일 뿐”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 무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논의의 장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한국당”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예산안 심사를 교섭단체 간의 합의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심사에 협조하지 않고 법정 기한 내 처리를 방해한 것은 한국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을 상대로 고발 운운하며 겁박하는 건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역시 대변인실을 통해 “예산안 수정안 마련에 협조하는 건 헌법이 규정한 정부의 책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전에도 국회의 증액 요구를 검토하는 등 수정 예산안 마련에 문제 없이 지원해왔다는 설명이다. 홍 부총리도 이날 내부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동요와 위축 없이 국회 심의 마무리 지원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는 예산안 마무리 심사에 들어갔다. 9일 본회의 개의 때까지 예산안 수정 단일안을 마련한 뒤 시트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의석 129석에 바른미래당 당권파(9석), 대안신당(10석), 정의당(6석), 평화당(5석) 의석 등을 더하면 과반(최소 148석)이 된다. 한국당 없이도 예산안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전 의원은 “9일 오후 2시 본회의에 완성된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9일 ‘막판 협상’ 가능성도

예산을 둘러싼 여야 협상 구도에서 ‘막판 뒤집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9일 오전 열리는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서는 신임 원내대표가 ‘대타협’ 카드를 내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당이 민생법안 등 199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을 철회하고 협상 테이블에 들어올 경우 ‘협상의 판’이 4+1에서 교섭단체 중심으로 한번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한국당 없이 예산안 등을 처리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제1야당을 제외한 강행 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급한 대로 여야 합의로 예산안과 일부 민생법안을 처리한 뒤 패스트트랙 법안 논의를 뒤로 미룰 수도 있다. 한국당이 예산안에서 요구하는 핵심 사안들을 민주당이 수용하는 선에서 예산안을 우선 처리한 뒤 패스트트랙 협상을 두고 정면 승부에 나설 가능성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만약 한국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빠진 ‘4+1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새 원내지도부엔 큰 부담일 것”이라며 “예산안 강행 처리는 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패스트트랙 협상 국면에서 예산안을 볼모로 삼고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정해둔 게 여야 정쟁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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