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은 2030년까지 25.8%, 2040년까지 33%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전기요금 인상이 없으며, 2030년까지의 인상 폭도 10.9%에 그칠 것”이라고 공언해온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20년간 GDP 연 1.26%씩 감소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탈원전 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정부가 탈원전을 해도 2030년까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연평균 1.3%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의 LCOE를 계산할 때 정부가 토지비용 등을 적게 산정한 반면 원전은 지나치게 낮은 이용률을 적용해 비용을 부풀렸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보고서는 2017년 말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탈원전 정책이 대거 반영됐다고 보고, 원전 수명 연장 등 변수에 따라 시나리오별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이 중에서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 현재 가동 중인 노후원전 14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시나리오3’을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꼽았다.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은 없다”는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원전 수명을 대거 연장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전기요금이 내년 5%(2017년 대비), 2030년 25.8% 오르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5% 올리면 국민·기업 부담이 2조1500억원 증가한다.
보고서는 “2018년 기준 원전의 발전비용은 ㎾h당 62원인 반면 태양광·풍력은 179원에 달했다”며 “저렴한 발전원을 축소하고 비싼 발전원을 확대하는 정책은 전기요금 인상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탈원전 정책을 펴지 않을 때와 비교해 연평균 GDP가 2020~2030년 0.63%, 2020~2040년엔 1.26%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당분간 태양광은 경쟁력 없다”
연구원은 정부 예상과 달리 적어도 2040년 이전까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원전을 능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12월 ‘균등화 발전비용 토론회’에서 “기술발전과 공급 확대 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계속 하락해 2020년대 중반이면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발생할 것”이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그리드 패리티는 재생에너지가 경제성 측면에서 원전을 능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그리드 패리티의 조기달성 가능성은 탈원전 정책의 근간이었다”며 “하지만 정부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고의로 재생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원전 비용을 늘렸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조직학회는 30㎿ 이상의 대규모 태양광 설비에서 2025년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30㎿짜리 설비를 구축하려면 39만6000㎡(12만 평) 이상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국토가 협소한 한국과 일본에선 재생에너지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봤다.
구은서/도병욱 기자 k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