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그동안 차량공유업체 타다에 대해 “불법 여부는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을 냈던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이 입장을 바꾸자 타다 내에선 탄식이 쏟아졌다.
작년부터 국토부와 서울시, 경찰로부터 받은 답변서와도 달라 배신감은 컸다. 개정안은 지난 5일 반대 의견 없이 20분 만에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민 3분의 2가 (타다 서비스를)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도 타다를 금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타다 금지’ 논란이 25만 명의 택시기사 ‘표심’에 혁신 성장을 포기한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합작품으로 보고 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포기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치 논리가 우선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방조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與 총대 멘 박홍근 “공유경제 아니다”
타다 논란은 작년 말 벌어진 ‘카카오 카풀 서비스(출퇴근 차량 공유서비스)’ 논란의 연장선이다. 국토부는 택시 노사 4단체와 함께 작년 4월부터 택시산업 발전 방안을, 6월부터 카풀 서비스 도입을 논의했다. 문제가 커진 건 최종 협상 단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합류하면서다. 정치권 개입에 택시업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의도 집회를 열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국토부와 카풀 시간 제한 등으로 접점을 찾아갔던 택시업계는 돌연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을 요구했고, 결국 관철됐다. 잇단 반대 집회와 택시 기사의 분신에 정치권이 항복한 것이다.
전선은 타다로 이어졌다. 우버와 카풀을 멈춰세운 택시업계는 타다 중단을 처음부터 자신했다. 택시업계의 끈질긴 압박에 국토위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총대를 멨다. 박 의원은 ‘을’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10월 승합차를 한 번에 6시간 이상 렌트할 때만 빌려주거나, 특정 장소에서만 사업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으로 타다를 무력화했다.
박 의원은 “타다는 택시의 허점을 파고든 서비스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는 “정치인이 공유경제의 정의를 내리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이현재 의원 “한국당이 앞장섰다” 홍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견제 기능도 상실했다. 20대 총선 공약으로 공유경제 활성화를 내걸었던 자유한국당은 타다금지법을 앞장서서 찬성했다. 타다금지법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야당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일부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우리도 법을 빨리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지난 5일 국토위 전체회의 후 “한국당이 법안 통과에 앞장섰다”고 오히려 자랑했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한술 더 떠 타다와 카카오 카풀 서비스 대표 구속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유사 콜택시 업체에 혜택을 줘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공유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국민을 기만한 사기꾼”이라며 형사처벌 주장에 총대를 멨다.
불법에 손 들어준 홍남기·김현미
타다 금지를 수수방관한 국토부와 기재부의 이중적 태도 역시 비판받고 있다. 타다 측은 작년부터 정부에 불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국토부는 “불법으로 볼 규정이 없다”고 했고, 서울시도 “불법성이 없다는 정부의 판단을 받았다”고 긍정적인 답변으로 호응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자 기류가 확 바뀌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5일 “중요한 것은 타다를 제도권 안으로 흡수해 택시산업이 혁신적인 산업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같이 “제도권 안에 들어오라”는 논리로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6일 “타다가 지금 같은 형태로 미래에 똑같이 사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거들었다.
정책 조정 역할을 맡아야 할 경제부총리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말 타다가 검찰에 기소당했을 때 홍 부총리는 “신산업 창출의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고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홍 부총리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국토위 통과 후에도 아무런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여당에선 최운열 의원이 “열거주의식 법망 안에서 새로운 산업을 후행적으로 일일이 규제하면 어떤 혁신이 생기겠냐”고 직격탄을 날린 게 전부였다.
김우섭/최한종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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