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인베스트먼트(GI) 본부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는 과거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정보기술(IT)주 버블 시기와 비슷한 상승기를 다시 맞을 수 있다”며 “지금은 주식투자를 소홀히 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9월 유안타증권이 GI본부를 신설하면서 영입된 글로벌 투자 전문가다.
모건스탠리딘위터,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싱가포르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자산배분 관련 상품 운용, 고객 영업·서비스 등을 총괄하고 있다.
미국, 닷컴버블 수준 상승 가능
유 본부장은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시는 최근 가파른 상승을 이어가면서 고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에 미·중 무역분쟁도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선 더 좋은 투자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은 1998~2000년 닷컴 버블 수준의 상승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유 본부장은 “자체 분석모델에 따르면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의 업종이 상승세를 주도해 향후 미국 증시는 1~2년간 두 자릿수 이상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과거 닷컴버블 시기에 비해 기준금리도 절반 이하 수준이어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저평가 완화 전망
“4차 산업혁명 관련 성장주는 중국 증시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분쟁의 근본원인은 세계 패권 다툼이며, 첨단산업의 승자가 패권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 국가 모두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저평가 매력도 커졌다. 지난 4월 장중 3288.45까지 올랐던 상하이종합지수는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2899.47(5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유 본부장은 “홍콩을 포함한 중국 주식가치가 크게 떨어져 고객에게 전체 투자의 20%까지 비중을 늘리도록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중점 투자해야 할 업종엔 차이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본부장은 “미국은 대형 IT와 신약 및 바이오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업종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전기차 시장이 세계 1위 규모이고, 글로벌 5G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업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내 일본자산 주의
유 본부장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동원 글로벌 자산배분 랩’ 상품도 운용하고 있다. GI본부가 자체 알고리즘에 기반해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자문하는 상품이다.
미·중 외에도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인도 등 신흥국 상장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파생결합증권(DLS) 등에 분산 투자한다. 지난 9월 말 처음 상품이 출시된 후 선취 수수료 1%를 뺀 상태에서도 현재 4.16%(지난달 말 기준)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 상품은 요즘 채권과 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 유 본부장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8% 근처까지 내려가 있어 채권의 추가 상승은 한정적일 것으로 본다”며 “원자재 가운데는 금의 매력이 떨어지는 대신 유가 상승을 일정부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글로벌 호황이 예상되지만 선진국 시장 내에서 일본에 투자하는 데는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도 안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재정적자에 따른 부채가 커 투자리스크(위험)가 예상보다 커졌다”는 설명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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