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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표 주거복지사업인 ‘신혼희망타운’ 공급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신혼부부의 생애주기와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반면 대부분 주택은 소형 면적대 위주로 공급돼서다. “아이를 둘만 낳아도 이사를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최장 10년의 전매제한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족 많을수록 당첨 유리하지만…
18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서울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 청약이 이날부터 시작됐다. 강남권에 처음 공급되는 희망타운이다. 전체 398가구가 모두 전용면적 60㎡ 미만 소형 아파트다. 이 가운데 전용 55㎡가 153가구, 46㎡가 245가구다. 초소형 주택형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전용 46㎡는 공급면적(71㎡) 기준으로 옛 21평형대다. 안방을 제외한 보조침실이 한 칸에 불과해 4인 가족 이상이 지내기엔 다소 좁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녀가 둘이거나 노부모를 함께 모시는 경우 방을 나눠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공급된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40㎡ 안팎 초소형 주택형의 비중이 높다. 첫 희망타운으로 지난해 분양한 위례신도시의 경우 전체 340가구 가운데 전용 46㎡ 주택형이 204가구로 60%를 차지했다. 경기 하남 감일지구(44%)도 절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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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가족이 살다 식구가 늘어날 경우 비좁아질 수밖에 없는 집이 태반인 까닭에 “당첨되더라도 아이를 더 낳으면 떠나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최장 10년의 전매제한과 5년의 거주의무기간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집을 팔 땐 정기예금 평균이자율 등을 통해 계산한 가격으로 LH에 매각하는 방법뿐이다.
공급 대부분이 소형 주택이지만 가구원이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모순도 발생한다. 신혼희망타운 단지별 물량의 70%를 대상으로 하는 2단계 공급은 무주택기간 등 가점 12점이 만점이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녀는 1명당 1점씩 최대 3점이 가산된다. 4~5인 가족이 청약해야 만점을 채워 당첨 안정권에 들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넓은 주택형에 경쟁이 몰린다. 평균경쟁률 54 대 1을 기록했던 위례신도시 희망타운의 경우 전용 55㎡A형이 143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46㎡B형이 9 대 1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올여름 청약을 받은 양원지구 희망타운 또한 전용 55㎡A형은 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전용 46㎡ 주택형 두 가지는 각각 16 대 1과 14 대 1로 집계됐다. 이번 수서 희망타운에 청약할 예정인 이수영 씨는 “방 두 칸짜리 집은 나중에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살기엔 너무 좁다”면서 “그나마 더 넓은 주택형을 노리고 있지만 가점 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전했다.
◆소형으로 ‘공급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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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공주택의 면적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됐다.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이 갈수록 넓어지는 반면 정부의 기준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가 정하고 있는 최소 주거면적은 3인 가구일 때 35㎡, 4인 가구는 43㎡다. 이 기준은 2011년 이후 8년째 그대로다.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의 경우 신혼부부에겐 전용 36㎡ 주택을 공급해 오다 집이 협소하다는 지적에 그나마 44㎡로 기준을 높였다.
신혼부부의 생애주기에 맞춰 보다 넓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법적 토대는 이미 마련된 상태다. 그동안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분양 주택은 전용 60㎡ 이하로만 건설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이 개정돼 전용 60㎡ 초과~85㎡ 이하 주택도 15%의 비율 안에서 지을 수 있게 됐다. LH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신혼부부들이 저렴한 비용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소형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며 “향후 지구계획 승인 등의 절차에서 전용 84㎡ 등의 주택형도 검토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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