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4억위안(약 44조6241억원).
올해 알리바바가 개최한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에서 하룻동안 이뤄진 거래액이다. 광군제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매년 11월11일 독신자의 날을 맞아 싱글족을 위해 기획한 최대 쇼핑 축제일이다. 올해 기록한 거래액은 지난해 광군제 때보다 25.7%나 증가했다.
더 놀라운 건 이 많은 주문을 처리하는 전산 능력이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당일 타오바오(淘寶)·티몰(天猫·톈마오)·티몰 글로벌·알리 익스프레스·카오라 등 알리바바 계열 유통 플랫폼에서 제품을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판다. 수억명의 온라인 쇼핑객들이 11월11일 자정이 되는 순간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을 품절 전에 구매하기 위해 일시에 몰린다.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 하루동안 13억개의 주문을 받았다. 거래가 가장 몰렸을 때는 초당 54만400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광군제에 이뤄진 거래에서 생성된 데이터 총량만 970페타바이트(Petabyte)로 1기가바이트(GB) 용량의 영화 9억7000만편 규모와 맞먹는 방대한 양이다. 쇼핑객들의 이 같은 막대한 양의 주문이 오류 없이 처리될 수 있는 건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덕이다.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함께 세계 5대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로 꼽히는 알리바바가 아시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 코리아 포럼 2019'를 열고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성범 알리바바클라우드 한국대표는 "알리바바의 컴퓨팅 기술을 통해 국내 비즈니스 모델이 중국과 아시아 등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국내 중소기업 고객을 확보해 다른 클라우드 업체들과 차별화를 두겠다"고 밝혔다.
퍼블릭 클라우드란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업체가 자사의 인터넷 망을 통해 기업 또는 개인에게 서버나 스토리지(저장소) 등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선 별도의 서버나 스토리지를 구매하거나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의 저장공간만 사용료를 주고 빌려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전 세계 1억6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Netflix)는 자사 서버 없이 아마존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를 이용한다. 국내에선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같은 유통 업체들도 별도의 서버를 구축하는 대신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주문을 받는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이었지만 올해 광군제에서도 역대 최고 거래액을 갈아치울 수 있었던 이유로 알리바바는 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꼽았다. 알리바바는 지난 3분기 전자상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1012억위안)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하는 사이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93억위안)은 60% 이상 늘었다.
레이먼드 샤오 알리바바클라우드 기술부문 아키텍처는 "만약 클라우드 시스템이 없었다면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 단 하루를 위해 10만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했을 것"이라며 "클라우드 시스템과 결합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자원을 효율화하고 더 많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아마존이나 MS 등이 국내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 고객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로 진출을 원하는 업체들에 대규모 컴퓨팅, 스토리지, 보안, 빅데이터 분석, AI 시스템 등 클라우드와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미 국내에선 동영상 플랫폼 판도라TV가 알리바바클라우드를 활용해 국내 콘텐츠를 중국, 동남아 등에 소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핀테크 업체 렌딩사이언스도 알리바바클라우드 서비스로 인도네시아 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리오 리우 한국·홍콩·마카오 지역 본부장은 "한국은 알리바바 클라우드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며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데 안정적인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매년 급속도로 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매출은 5000억달러(약 593조75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아마존, MS, 구글, IBM, 알리바바 등 5개 업체가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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