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처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지식재산권(IP)을 만들고 싶습니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이사회 의장이 모처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에서 열린 오렌지팜 전주센터 개소 기념 창업 경진대회장에서 ‘뱅크샐러드’로 유명한 레이니스트의 김태훈 대표와 대담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존경하는 스토리, 감명 깊은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내놓아 스마일게이트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게 권 의장 대담의 골자였다.
그는 게임 개발자 출신 창업자다. 권 의장이 2007년에 선보인 총쏘기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세계 동시접속자 수 800만 명을 기록했다. 이 게임의 성공으로 권 의장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9년 한국의 50대 부자’에서 8위(29억달러)에 이름을 올렸다.
텐센트가 중국 게임 공룡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크로스파이어가 있다. 이 게임을 유통하면서 얻은 이익으로 회사의 덩치를 키웠다.
권 의장은 “스마일게이트는 텐센트와 비슷한 시기에 게임업을 시작했고 스마일게이트가 텐센트 영업이익에 3분의 1 이상 기여하기도 했다”며 “최근 몇 년 사이에 텐센트는 시가총액 300조원이 넘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텐센트와 같은 게임 공룡이 나올 수 있느냐는 얘기엔 고개를 저었다. 사용자 수나 게임산업 환경 등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권 의장이 ‘사랑받는 IP’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기도 하다.
권 의장은 2014년부터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위한 창업지원센터인 ‘오렌지팜’을 전국 곳곳에 열어 정보기술(IT)업계 후배들을 돕고 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200여 개를 지원했다. 자산관리 앱(응용프로그램)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 모바일 게임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만든 퍼니파우, 스마트벨트를 만드는 웰트 등이 오렌지팜에서 성장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서울(서초와 신촌), 부산 등에 이어 이날 전주에 추가로 국내 오렌지팜 센터를 열었다.
권 의장은 창업자들에게는 강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할 것이라는 다른 사람의 말을 담아두지 말라”며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업을 일궈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객관화하고 주위 사람을 돌보는 인격과 강한 체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권 의장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멘토링(상담)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 역할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렌지팜 창업 경진대회와 같은 행사 포스터를 보고 예비 창업자들이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떠올리면 할 도리를 다 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전주=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