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국회는 예측 불허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여당이 제1 야당을 빼고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2010년 이후 9년만이다. 야 4당(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공조가 있었지만 사실상 여당 단독 처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0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민주당과 야 4당으로 구성된 ‘4+1 협의체’에서 수정·합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한 시간 전까지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 교섭단체와 협상을 이어갔다. 논의 끝에 ‘1조6000억원 감액’에 합의가 이뤄졌지만, 민주당이 기존 4+1 수정안의 삭감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협상이 중단됐다. 이후 민주당은 4+1 수정안을 상정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과 정권 이중대들의 야합으로 예산폭거가 자행되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심 원내대표는 본회의 도중 입장문을 내고 “4+1이라는 정체 불명의 야합세력들이 그들끼리 나눠먹는 혈세 도둑질”이라며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탈하는 불법집단들의 반헌법적 불법예산”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9년 전 정반대 상황을 겪었는데도 예산안 처리에서 제1 야당을 배제한 이중적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0년 여당인 한나라당은 “정기회기가 끝나는 날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며 예산안 단독 처리를 시사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전날부터 의장석을 점거했다. 몸싸움을 불사하면서 강력 반발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군소정당인 미래희망연대 의원 등 166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65명, 반대 1명으로 예산안은 통과됐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단독 처리였다. 예산안이 통과된 뒤 민주당은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 국회에 대한 폭거”라며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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