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현대차 품질 '경고음', 유튜브 와이파이에 묻힌다

입력 2019-12-12 08:27   수정 2019-12-12 08:28



"생산라인 경고음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조립한 차를 안심하고 탈 수 있을까요."

최근 불거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와이파이 접속 논란을 두고 자동차 정비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비업계는 최근 1~2년 사이 출고된 현대차에서 발견되는 결함이 더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출고차량 전문 검수업체 관계자는 "차문 양쪽 부품 색이 다르거나 비슷하지만 다른 부품을 끼우는 등 잘못된 조립이 종종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언더커버 볼트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속품을 아예 빼먹고 마감한 경우도 발견된다"며 "현장 근무자들이 차량 조립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정비업체 관계자도 "현대차나 기아차는 조립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진다"며 "생산라인에 경고음이 울렸을 텐데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차량들이 종종 있다. 체결부위가 부서진 채로 조립된 경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라인은 경고음을 통해 잘못된 부품 조립을 막고 있다. 가령 빨간 부품을 끼워야 하는 자리에 파란 부품을 끼우면 비프음이 나와 근무자에게 잘못 조립됐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정상적인 근무가 이뤄진다면 오조립이 발생하긴 어렵다.

업계는 현대차의 제조 품질 저하가 유튜브 열풍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현대차 생산라인에서 근무자들이 차량을 조립하며 스마트폰을 쓰는 일은 과거부터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각자 작업대에 스마트폰 1~2대를 올려놓고 스스로 작동하는 모바일 게임을 틀어두는 일 정도는 크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유독 현대차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모바일 게임이라면 틀어둔 채로 차량 조립에 집중할 수 있으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모바일 게임을 켜놓고 차량을 조립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은 게임보다 동영상을 더 많이 본다"고 말했다. 다른 현대차 근무자도 "아무래도 유튜브가 인기이지 않느냐. 이어폰을 계속 낀 채로 조립을 하며 동영상을 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동영상을 봐야 하니 작업 속도도 작업자 마음대로 바뀐다. 컨베이어 벨트는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지만, 작업자가 차량 5~6대 분량을 미리 조립하거나 늦게 조립하는 식으로 여유시간을 만들어 근무 중 '딴 짓'을 하는 식이다. 미리 조립하는 것은 '내려치기', 나중에 조립하는 것은 '올려치기'로 불린다. 울산공장의 작업 효율성은 해외 공장의 절반 수준에 그치기에 이럴 경우 상당한 여유시간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메뉴얼에 따른 꼼꼼한 조립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울산공장에 무선인터넷을 24시간 제공해왔다. 근무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데 데이터 요금이 부담되니 회사가 이를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라는 노조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 울산공장 근무자들이 근무 중 게임을 틀어놓고 동영상까지 보며 차량을 조립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현대차가 휴식 시간과 식사 시간에만 와이파이 접속을 허용하겠다고 나선 것도 차량 조립 품질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탓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서며 와이파이 제한에 반발한 탓에 현재는 다시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해진 상태다. 노사는 '와이파이 문제'를 별도 협의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노조와 협의를 통해 근무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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