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강남 주요 지역과 교통 및 학군 인프라가 좋은 경기 지역 전세가격이 이상급등하고 있다. 매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정시 확대, 청약대기자 증가 등으로 수요가 늘자 시장 분위기가 ‘집주인 우위’로 급변하고 있다. 지난달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전세가격을 올리거나 보증부월세(일명 반전세)로 전환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격 ‘부르는 게 값’
11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겨울에 접어들면서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5년차 신축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전용 59㎡ 전셋값은 14억원까지 치솟았다. 한 달 전보다 2억원 가까이 높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래미안대치팰리스는 가구 수가 적어 1주일 사이에도 가격이 확확 뛴다”며 “이번 주 들어서만 호가가 5000만원 또 올랐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 전세가는 12억5000만~14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한강 조망권이 나오는 동호수 전셋값이 1억~2억원 더 비싸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의 같은 주택형 전셋값도 두 달 전보다 3억원 뛴 12억8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대기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그마저도 전세로 나가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보증부월세가 크게 늘었다. 대치동 G공인 대표는 “매물 10건 중 9건이 월세를 낀 물건”이라고 말했다.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K공인 관계자는 “작은 주택형일수록 전세매물이 씨가 말랐다”며 “최근 두 달 거래된 게 모두 보증부월세 매물”이라고 말했다.
양천구에선 학군 수요가 두터운 ‘목동 신시가지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가 한 달 새 최대 5000만원까지 뛰었다. 7단지는 전용 101㎡가 지난달 8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9월만 해도 8억원에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목동 K공인 대표는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기존 세입자들이 수천만원씩 올려주고 재계약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학군이 우수하거나 로또 아파트 신규 공급이 예정된 곳에선 구축 아파트 전셋값도 급등하는 모습이다. 1979년 입주한 구축인 은마아파트 전세가도 최근 두 달 새 1억5000만~2억원(전용 77㎡ 기준) 뛰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연중 최고 수준이다. 9월만 해도 0.05~0.08%대였던 상승률은 10월 들어 0.1%대, 지난달 말부터 0.2%대로 올라섰다. 지난주(2일 기준) 상승률은 0.22%에 달했다. 지난달 서초구 전셋값은 10월 초(0.07%) 대비 두 배인 0.1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와 양천구 전셋값도 각각 0.11%와 0.27% 뛰었다.
“전세가 불안, 시작에 불과”
경기도에선 이른바 ‘준서울’로 불리는 분당 과천 광명 등이 전세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과천의 주간 전셋값 상승률은 1.21%에 달해 3주 연속 1%대를 넘겼다. 지난주 분당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7% 뛰었다. 광명도 같은 기간 0.21%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부동산 안정 정책의 부작용까지 가세하면서 전세가가 이상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인기주거지역에서 당첨만 되면 수억원에서 2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며 “청약가점이 높은 이들이 인기주거지역으로 몰리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부세 폭탄’이 전세시장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포동 L공인 관계자는 “워낙 수요가 많아 전세를 올리거나 월세로 내놔도 잘나간다”며 “이미 은퇴해 수입이 없는 고령자들이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보증부월세로 전환하거나 월세를 올려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내년 5년 만에 서울 공급이 줄어들면서 전세 불안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물량은 총 4만2012가구로 올해보다 2.3%, 강남4구(1만2023가구)만 놓고 보면 26%가량 줄어든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내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은 전세가격 상승 우려”라며 “교육제도 개편까지 더해지면서 서울 강남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전세수급 지수는 지난달 말 143.3까지 치솟았다. 올초 89(1월 21일)에서 3월 100을 넘어선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유정/안혜원/최다은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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