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부진한 통신주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24만1000원에 마감했다. 연초(26만9500원)에 비해 10.58% 떨어진 가격이다. SK텔레콤은 1년 내내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지속적인 하락 흐름을 보였다. 다른 통신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날 KT는 연초보다 9.90% 낮은 2만6850원에 마감했다. LG유플러스도 22.38% 떨어진 1만3700원에 장을 마쳤다.
연초까지만 해도 한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앞두고 통신주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당시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5G 상용화로 올해 통신사의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증가가 기대된다”며 “5G 요금제 출시 이후 주가 강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에 근거해 개인투자자가 주로 통신주를 많이 매수했다. 연초부터 5G 상용화가 된 4월 말까지 개인투자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각각 2866억원, 2418억원, 2050억원 순매수했다.
문제는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악화였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보면 SK텔레콤이 지난해 9765억원에서 올해 9475억원으로 3.0% 줄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14.0%, 20.4% 감소했다.
인프라 비용에 속 빈 강정 될라
5G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 증가가 통신주 실적 악화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전국 5G 망이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3년 정도다. 5G 인프라 구축에 따른 부담으로 통신주가 기는 동안 긍정적 영향을 받는 부품·장비주는 크게 올랐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통신주는 앞으로 1년간 덩치는 커지겠지만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은 2020년 하반기부터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G 가입자 수가 4세대 이동통신(LTE) 때만큼 가파르게 늘지 않는 게 문제”라며 “당시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으로 가입자 수가 늘었는데 지금은 그런 계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5G가 투자한 만큼 통신사 수익 개선에 기여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고품질 콘텐츠 기업은 5G의 혜택을 보겠지만 통신사는 별로 얻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정부가 통신 요금 인하 압박을 더욱 거세게 할지도 모른다”며 “투자는 투자대로 하고, 좋은 일은 콘텐츠나 인프라 관련 기업만 시켜주는 바보 파이프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 3사는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디어·콘텐츠 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9월 지상파 3사와 합작해 개발한 국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대표적이다.
KT도 지난달 자체 개발한 OTT인 ‘시즌’을 공개했다. 클라우드 게이밍 분야에서도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각각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다.
양병훈/전범진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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