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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 쇄신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입시 비리에 연루됐거나 ‘막말’로 물의를 빚은 인사를 내년 총선 공천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기로 하는 등 부적격 기준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황 대표가 ‘공천권’을 활용해 당 장악력을 높이고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폭을 넓히기 위해 칼을 빼든 것이란 분석이다.
‘조국형 비리’ 배제로 현역 대폭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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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투쟁을 끝낸 뒤 인사권 등을 활용해 당 장악력을 높여온 황 대표가 당 쇄신을 위해 칼을 빼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기준에 의하면 (현역) 의원 중 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여러분도 다 아실 것”이라며 현역 물갈이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총선기획단은 지난달 현역 의원 중 3분의 1 이상을 공천에서 배제해 내년 총선에서 50% 이상을 교체하겠다는 쇄신 방침을 밝혔다.
이날 제시된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공천 배제 명단에 올라갈 의원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디까지를 ‘막말’ 또는 ‘비리’로 보느냐에 따라 단순 감점 수준이 아니라 컷오프(공천 배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갈이 폭이 총선기획단이 제시한 교체 비율(50%)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 9일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국민이 원하고 나라가 필요로 한다면 그 이상(50%)도 감내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말해 교체율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확실한 쇄신 없이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당 지도부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총선기획단 관계자는 “당장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선 영남권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는 데 황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공감하고 있다”며 “황 대표의 (물갈이) 의지는 명확하고 고민하는 부분은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당내 반발 잠재우는 게 관건
관건은 대표적인 쇄신 대상으로 꼽히는 영남 중진 의원의 반발이다. 지난달 초·재선 의원들이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등 ‘물갈이론’이 표면화할 때 중진 의원들은 “같은 편끼리 칼 꽂지 마라”고 반발했다. 9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원회 의장이 당선된 것도 황 대표의 물갈이 의지를 견제하는 중진 의원들의 지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전날 라디오에서 “동료들끼리 목을 쳐서 쫓아내는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왔는데, 또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합리적이냐”고 언급하며 황 대표의 50% 교체론에 각을 세웠다.
정치 초년병인 황 대표가 당내 반발을 잠재우고 뚝심있게 쇄신을 행할 수 있을지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황 대표가 과거 당내 계파 수장들을 쳐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의 공천 모델(2000년 총선)을 언급한 것을 두고서도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그 당시(2000년) 이 총재는 35%의 압도적인 (대선주자) 지지율을 가지고 있었고, 당내 중진들을 쳐내도 막강한 카리스마로 이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쇄신 과정이 당내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면서 인적 쇄신을 마무리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황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물갈이 대상자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기준을 황 대표가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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