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 확정 안됐는데 예산안 처리 말이 되나"

입력 2019-12-11 17:26   수정 2019-12-12 01:31

국회가 재정 집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예산 절차의 기본을 어겼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1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26건 가운데 22건이 처리되지 않았다. 예산부수법안은 재정 수입과 지출을 늘리거나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세를 0.05%포인트 낮추는 내용을 담은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금 수입이 240억원 줄어든다. 이런 법안들이 먼저 국회에서 통과돼야 내년 예산 수입과 지출이 얼마가 될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예산부수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기본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예산부수법안 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예산안을 먼저 통과시켰다. 자유한국당이 예산부수법안 심사 과정에서 시간을 끌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것을 우려해 관행을 깬 탓이다. 이렇게 예산 처리 순서가 뒤집힌 것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송언석 한국당 의원은 “세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리된 예산안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예산부수법안을 다 처리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 심사 과정에서 내용이 많이 바뀌거나 처리가 무산되면 내년 예산 집행에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국회는 내년 도입하는 ‘공익형 직불제’ 예산으로 2조4000억원을 확정했지만 이 제도의 근거가 되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예산 편성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예산부수법안 26건 가운데 4건은 정부 원안대로 처리됐다.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로 내년부터 근로소득공제를 2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소득이 늘어날수록 공제 금액이 늘어나 부자 혜택이란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기부금 영수증을 사실과 다르게 발급하면 가산세율을 2%에서 5%로 높이는 법안도 통과됐다. 중소기업의 접대비 손금 산입 기본 한도금액은 24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늘어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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