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기술의 핵심인 인증과 보안의 전문가로 출발한 케이스마텍은 시대의 요구를 캐치하여 다양한 보안, 인증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 출발점이 된 것이 2018년 3월 상용화에 성공한 디지털 키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키를 없애고 스마트폰과 카드를 활용해서 시동부터 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서비스다.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아직 소나타 모델에만 적용되어 있지만, 향후 현대, 기아차의 모든 모델에 활용될 예정이다.
자동차를 스마트폰 안에 디지털 키, 상용화 성공
2018년 3월, 케이스마텍은 현대자동차 그룹과 연계한 디지털 키를 출시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디지털 키는 차량 키를 스마트폰으로 구현한 것으로 사물인터넷 기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에서 인증을 통해 시동을 걸 수 있으며 총 4개의 키를 발급, 메시지 주고받듯이 키를 공유할 수 있으며 카드 타입으로도 나와 있어 키를 잠시 맡기는 경우에도 문제가 없다. 쉽게 말해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담았던 삼성페이를 자동차에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소나타 차량에만 기술이 탑재되어 있지만, 올해 안에 제네시스와 기아자동차, 북미시장에도 활용할 예정이며 중국 시장에도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의 단순한 차량 시동에서 벗어나 차량정비, 차량 내 결제 시스템까지. 다양한 방향으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는 기술이다.
“유사한 기술은 해외에서도 소개된 게 있지만, 저희처럼 차량 내에 서비스가 탑재된 형태로 출시된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아직 첫걸음을 뗀 수준이지만 차량뿐만 아니라 호텔이나 회사의 출입, 가전제품 등 활용될 여지가 많은 기술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케이스마텍 정순호 대표의 호언장담을 반영이라도 하듯, 케이스마텍은 6년 연속 20~25%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작년 대비 예상 매출이 6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원도 확충하고 미국에 지사도 내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케이스마텍이지만 10년 전, 첫 창업부터 승승장구하며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첨단 기술력 자랑
현재 공동대표로 있는 정 대표와 고인옥 대표는 10년 전, LG 전자에서 신입사원과 사수로 만났다.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 고 대표가 먼저 나가 회사를 창업했고, 정 대표가 오랜 고민 끝에 합류하면서 케이스마텍이 시작되었다. 통신 쪽 신기술을 토대로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생각만큼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표현되는 NFC 기술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사업모델로 제시했지만,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스마트폰 초기 출시했을 때 저희가 주목한 게 NFC 기술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었는데, 엉뚱하게 NFC 기능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자동으로 켜져서 나오지만, 당시에는 스마트폰 회사 쪽에서 배터리를 이유로 NFC를 Off 상태로 출시했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케이스마텍은, 인증과 보안 기술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금융권 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업을 이어나갔다. 사람에 대한 인증을 다루는 금융권 쪽의 보안과 사물의 인증을 다루는 NFC 기술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 대표는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기술 연구개발에는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력 덕택에 본래는 선행 연구개발부터 상용화까지 통상 6년 정도 걸리는 시간을 2년 반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보다 ‘가능성’
정 대표가 케이스마텍의 주요 경쟁력으로 꼽은 것은 2가지. 기술력과 사람이다. 처음부터 기술집약 기업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중요성은 정 대표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희가 다른 기업과 차별화를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연구개발 쪽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 키로 다른 기업보다 조금 앞서나가기는 하지만, 이쪽 분야로도 계속 경쟁자가 유입되잖아요. 그러면 저희는 넥스트 모델이 뭔지. 최소 다른 기업들보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앞서 나가야 경쟁력이 있겠더라고요.”
정 대표가 기술력과 함께 케이스마텍의 경쟁력으로 꼽은 것은 바로 사람. 전 회사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13년, 16년 된 직원들 간의 호흡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라고 말하는 정 대표. 최근 기업이 커지면서 인원을 더 뽑아 조직 안정에 관심이 많은 정 대표는 케이스마텍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보다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저는 회사도 생명체로 보고 항상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성장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직원을 채용할 때도 그 당시의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성장 가능성에 대해 주의 깊게 보고 있는 편입니다.”
성장 가능성에 역점을 두는 경영방침 덕분에 조금 늦게 꽃을 피우는 직원들도 있지만, 정 대표는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편이다. 직원들의 복지와 성장에 주안점을 둔 경영 탓일까? 벤처기업임에도 이직률이 굉장히 낮으며 불가피한 사정으로 퇴사한 직원들의 재입사율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
케이스마텍은 디지털 키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물론이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까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을 통한 다채로운 사업모델 역시 구상 중이다. 스마트폰 인증을 통해 프런트를 통하지 않고 호텔을 이용하는 서비스, 디지털 키를 통해 알게 된 차량 정보를 통한 차량 정비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준비되어 있다.
가파른 성장기에 오른 케이스마텍의 정 대표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낀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808km를 33일에 걸쳐 걷는 코스인데. 첫날 배낭에 있는 쓸데없는 짐들을 꺼내놓으면서 ‘맨 처음 가져온 배낭의 무게가 당신이 살면서 지고 있었던 삶의 무게’라는 현지인들의 말이 제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그날 이후 정 대표는 매일매일 최대한 많은 것을 내려놓으려 노력하고,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 그리고 이제 막 사회 초년생으로 나아가려는 자녀들에게는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과거랑은 받을 기회 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분명히 옵니다.”
시간이라는 유한한 자원을 쓰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정 대표. 그는 케이스마텍의 성공을 두고 이제 시작이라고 겸손함을 표했지만, 케이스마텍이 앞으로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를 이끌 선두주자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넘치는 열정과 끊이지 않는 성장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갈 케이스마텍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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