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 도시의 밤을 지켜주는 '스마트가로등'…범죄 예방·에너지 절감 등 첨단기술 집약

입력 2019-12-12 15:16   수정 2019-12-12 15:18


연말이다. 내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인들이 있다. 이게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박준열 에펠 대표는 가로등에 혁신을 입힌 스마트가로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밤에 다니는 사람도, 차량도 거의 없는 도로. 밤중에 가로등을 환하게 켜놓으면 전력이 낭비된다. 이런 곳엔 평소 조금 낮은 조도의 가로등을 켜놓고 사람이나 차가 지나갈 땐 환하게 밝아지면 좋을 듯하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로등이 있을까.

경기 김포시의 에펠은 이를 구현하는 스마트가로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이 회사의 박준열 대표(43)는 “스마트가로등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시간대별 주변 밝기, 차량 및 사람의 움직임과 통행량 등 도로 상황을 감지해 자동(또는 원격)으로 가로등의 밝기와 동작을 제어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주변 움직임을 감지해 가로등의 밝기가 조절되는 장치다. 예컨대 이 제품이 설치된 도로를 달리면 순차적으로 밝아진다. 운전자는 원래부터 가로등이 밝게 켜져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박 대표는 “스마트가로등은 전기 절약, 빛공해 감소 등 여러 이점이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기엔 간단한 가로등이지만 여기엔 IoT, 무선통신, 스마트센서, 디밍기능(밝기 조절기능), 관제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이 들어간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서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각종 도시정책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 회사는 김포에 6000여㎡에 이르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금속의 절단 절곡 용접 등 제작과 연구개발 등 다양한 활동이 벌어진다.

이 회사는 스마트가로등뿐 아니라 스마트폴도 생산한다. 스마트폴은 IoT 기반의 시민 안전, 도시범죄 감시 및 예방, 생활편의정보 제공, 지능형 교통시스템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도로 조명시스템이다. 박 대표는 “스마트폴은 공공 와이파이 무선통신 인프라, 영상네트워크, 보안, LED 전광판, 도로 돌발상황 감지 등의 기능도 구비할 수 있다”며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이 본격화되면 이들 자동차를 위한 무선통신 인프라 역할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부친의 사업을 도와준 게 인연이 됐다. 대학에서 산업공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증권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부친이 김포에서 20년째 운영해오던 페인트 도장업체를 돕기 위해 수시로 공장에 들렀다. 부친인 박희국 씨는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1·4후퇴 때 남하해 김포에서 금속 표면에 도장하는 작업을 해왔다. 분체도장 등 각종 도장작업을 돕던 박 대표는 이 사업의 부가가치를 좀 더 높여야겠다고 판단했다.

30세이던 2006년 에펠을 창업했다. 처음 개발한 제품은 특수페인트를 활용해 전단지가 부착되지 않는 가로등이다. 이어 알루미늄 조립식 가로등을 개발했다. 종전의 용접 대신 레고블록처럼 끼워 맞추는 제품이다.

2016년부터는 스마트가로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마곡동 서울식물원과 세종시 등에 설치됐다. 그동안 획득한 발명특허가 스마트가로등 제어방법 등 여섯 건에 이른다. 우수디자인인증서 우수발명품우선구매선정확인서 등 다양한 인증과 확인도 받았다.

스마트폴은 서울과 부산 두 곳에 설치하기 위해 설계를 마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스마트가로등과 스마트폴은 단순한 도로 구조물이 아니라 스마트시티, 스마트산업단지, 자율주행 등 한국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분야”라며 “이의 개발과 시공,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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