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성수기에 접어든 패션주 주가가 최근 한 달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 양극화 속 차별화된 실적을 거둘 수 있는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일부 '바겐세일' 구간에 들어선 패션주는 매수를 고려할만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섬유의복업종은 지난 11일까지 한 달 간 6.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0.86% 내린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을 큰 폭으로 하회한 것이다.
'디스커버리'와 'MLB'를 운영하는 F&F 주가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6.83% 떨어졌다. '타임'과 '마인' 등 여성복 브랜드를 거느린 한섬 주가는 2.74% 밀렸고, 휠라코리아도 11.76% 하락했다.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둔 LF 역시 11.16% 미끄러졌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도 약세를 보였다. 한세실업이 12.56% 하락했고, 태평양물산도 10.46% 내렸다. 신발 OEM사 화승비나를 자회사로 둔 화승그룹의 중간 지주사 화승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지난달 19일 52주 최고가(종가 기준)를 기록한 후 7% 넘게 내려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중국시장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F&F, 원가율 개선세가 나타나는 한섬, 고객사 점유율 상승 국면에 접어든 화승엔터프라이즈 등에 대해서는 호실적 전망과 함께 매수 추천이 이어졌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F&F 주가가 올해 고성장에 따른 내년 성장률에 대한 부담과 차익실현 수요로 고점 대비 약 10% 이상 하락한 상황"이라면서도 "의류, 신발, 모자 등 모든 카테고리 판매가 백화점, 면세점 등 전 채널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고, 내년에도 성장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진단했다. 내년 매출은 20% 넘게 증가해 1조원을 돌파한 1조960억원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다.
한섬의 경우 3분기부터 나타난 원가율 개선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연간 연결 기준 원가율은 분기 평균 0.3%포인트, 연간 기준 0.4%포인트 개선될 것"이라며 "내년 영업이익은 1202억원으로 올해보다 8.5% 증가할 전망이고, 현대백화점 신규 출점 사이클 도래로 추가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3분기 깜짝 실적에 이은 4분기 호실적이 점쳐지고 있다. 화승비나가 하반기 경쟁사의 아디다스 그룹과의 계약 종료에 따라 확보한 수주가 고부가 제품군인 만큼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 111% 급증한 3160억원, 310억원을 거둬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며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이 외형 성장을 주도하고 3분기에 이어 원가율이 4.3%포인트 하락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패션주는 '바겐세일' 구간에 들어서 있다는 평가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휠라코리아에 대해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조정을 받은 후 부진한 모습이지만 내년에 카테고리 확장과 해외 성장 지속으로 여전히 다른 의류 업체 대비 양호한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브랜드력 대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할인율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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