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농산물 수입업자 한 명이 세금을 4500억원 넘게 체납했다 공개 망신을 당했다.
관세청이 13일 홈페이지 및 세관 게시판에 띄운 ‘2019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의 최상단에는 장대석 씨(66, 인천 미추홀구) 이름이 올랐다. 수입업자인 장 씨가 체납한 세금은 4505억1900만원으로 기록됐다. 개인이 1000억원 넘게 관세를 체납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장 씨에 이어 두 번째로 체납액이 많은 사람은 최능하 씨(65, 서울 강서구)로, 578억1800만원의 세금이 밀렸다.
중국산 참깨를 수입했던 장 씨는 정당한 세금을 물지 않고 버티다 지난 7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막대한 세금을 내게 됐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 양허제도에 따라 일정량의 농산물에 대해선 저율 관세를 무는데, 장 씨는 다른 사람 이름을 도용해 참깨를 대량 수입하면서 저율 관세만 내다 적발된 케이스”라며 “2013년 1월 장 씨에게 고율 관세를 물었고 2014년부터 장 씨의 부동산 및 예금을 압류했다”고 설명했다.
장 씨가 중국산 참깨를 집중 수입했던 시기는 2009~2011년이다. 관세청이 고율 관세 및 가산세를 부과하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참깨 수입 때 적용되는 관세는 일정량(40%)을 빼고는 630%에 달한다. 국내 농가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관세청 관계자는 “장 씨에 대해 부동산 등에 대한 추징 작업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청이 이날 공개한 체납자는 총 257명이다. 개인 172명, 법인 85곳이다. 공개 대상은 2억원 이상 체납액(관세·내국세 등)이 1년 이상 밀린 사람들이다. 다만 이의신청·심사청구 등 불복 청구가 진행 중인 경우, 체납액의 30% 이상을 납부한 경우, 회생계획에 따라 징수유예를 받은 경우 등은 제외된다. 257명의 체납자가 내지 않은 세금은 모두 9104억원이다.
체납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체납자 중 25.3%(65명), 체납액의 73.6%(6703억원)를 차지했다. 가구 등 소비재의 체납액 비중은 12.8%(1167억원)였다. 관세청 관계자는 “명단 공개뿐만 아니라 ‘체납자 은닉재산 125추적팀’을 통해 악의적 고액 체납자에 대해 가택수색 등 추적 조사도 벌이고 있다”며 “출국금지, 체납자 수입품 검사 등 다른 행정 제재도 엄정하게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석환 신임 관세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김영문 전 청장의 뒤를 이어 이날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관세행정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수출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청장은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수출입·물류 데이터, 해외세관과의 네트워크, 보세공장, 면세점 등은 우리가 전문성을 가진 분야”라며 첫 번째 역점 업무로 ‘수출 지원’을 꼽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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