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경제’에 관한 논란은 지난 8월에도 있었다. 일본의 첨단 소재·부품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평화경제를 실현하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반도체와 바이오, 자동차 등 첨단 산업과 전혀 관계없는 북한과의 경제 협력은 너무나 엉뚱한 솔루션”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범(汎)여권에서조차 “북한이 매일 미사일로 문안 인사를 하는 시점에서 남북경협과 평화경제는 생뚱맞다”는 논평이 나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정부가 ‘평화·공존’을 강조하는 사이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가운데 일본과는 과거사·경제 문제로 소모전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영공을 휘젓고 있다. 정부는 ‘아마추어 외교’ ‘외톨이 외교’라는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라’만 외치고 있다.
정부의 ‘뜬구름 전망’ 때문에 가장 고통받는 분야는 경제다. 모든 숫자가 ‘경제위기 가능성’을 가리키는데도 정책당국자들은 “경제위기설은 과장됐다”며 눈을 감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면서 그 시점을 2018년 말, 2019년 초, 2019년 하반기, 2020년 초로 계속 늦췄다. ‘경제 허리’인 30~40대의 일자리가 줄었는데도 “노인 일자리 확대로 전체 고용이 개선됐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과 정치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정부의 ‘아전인수식 통계 해석’이 경제상황을 오판하게 하고, 잘못된 정책으로 경기를 망가뜨리는 ‘방아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해도 귀를 닫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곧 좋아진다”고 해도 ‘양치기 정부’라는 비판을 받게 되고, ‘장밋빛 청사진’을 강조해도 ‘뜬구름 정부’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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