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는 김봉진 대표가 이끄는 우아한형제들이 ‘대박’을 터뜨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2, 제3의 김봉진 신화’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제2 벤처붐’을 말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혁신생태계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게 벤처업계 진단이다.
창업 환경부터 그렇다. 우아한형제들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려면 자유로운 창업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규제 때문에 시장에 진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수두룩하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로 ‘임시허가’ ‘실증특례’ 등의 길을 터주고 있다고 말하지만, 기간이 제한돼 시장에서 본 사업을 벌이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지금의 규제 방식으로는 스타트업이 다양해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이 자랑하는 신기술 기반의 ‘테크 스타트업’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장하듯, ‘안 되는 것 말곤 다 되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확 바꾸는 게 시급하다.
벤처투자 시장의 선진화도 중요한 과제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죽음의 계곡’을 숱하게 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게 벤처투자다. 정부는 올해 벤처투자 자금이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여전히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의존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위험을 무릅쓴 과감한 벤처투자를 시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금융이 연간 500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투자가 벤처 쪽으로 대거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투자와 함께 벤처 경영을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성을 갖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의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이 3만7000개를 넘어섰다지만 이 중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기업은 5%도 안 된다. ‘될성부른 기업’의 돈 걱정을 덜어줄 투자가 절실하다.
투자금 회수 시장인 기업공개와 M&A에서도 갈 길이 멀다. 미국의 나스닥 활황과 달리 한국 코스닥은 뒷걸음질치는 상황이다. 코스닥이 이러는 데는 진입요건이 복잡한 데다, 미래 성장성보다 재무 실적을 더 따지는 낡은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 미국에서 투자금 회수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M&A도 그렇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국내에선 M&A에 나서기 어렵다.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난여론이 강한 데다, 계열사 증가에 따른 각종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우면 창업과 투자 의욕도 꺾일 수밖에 없다. 기업공개든 M&A든 문턱을 확 낮춰야 우아한형제들처럼 ‘대박’을 터뜨릴 길이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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