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은 수십 년 텃밭인 중북부 탄광·철강 지대의 ‘붉은 벽(red wall)’에서도 보수당에 밀렸다. 보수당이 절반(325석)을 훌쩍 넘김에 따라, 질질 끌어온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보수당 공약대로 내년 1월 말 단행될 전망이다. 노동당은 제러미 코빈 대표가 사의를 표하는 등 후폭풍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초만 해도 노동당은 보수당과 지지율이 대등했고,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온갖 악재로 금방 낙마할 것이란 관측마저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현지 언론들은 노동당이 브렉시트에 대한 모호한 태도와 함께 급진적 좌파 공약을 쏟아낸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수당은 ‘브렉시트 완수’라는 단순명료한 메시지를 내놓은 데 반해 노동당은 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고 좌편향된 공약 일색이었다는 것이다.
노동당 공약 목록을 보면 그런 평가가 나올 만도 했다. 철도·수도 등 기간산업 국유화,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대폭 인상부터 대학교 수업료 무료, 인터넷 무료 등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 선심성 공약 이행에만 매년 830억파운드(약 131조원)가 추가로 든다는 비판도 샀다. 40년 전 국영기업 등 노동계의 연대 파업으로 국가기능이 마비됐던 ‘불만의 겨울’을 경험한 영국 유권자들은 이런 시대착오적 공약을 표로 응징한 셈이다.
포퓰리즘은 그 순간은 달콤하지만 미래에 국가적 재앙을 가져온다. 이런 진실을 인식하는 게 진짜 ‘깨어있는 유권자’일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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