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기업' 낙인 벗겨내기 시작한 남양유업

입력 2019-12-15 18:12   수정 2019-12-16 02:05

남양유업은 몇 년간 ‘갑질’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3년 대리점에서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본사가 강제로 할당해 판매하는 ‘밀어내기’ 사건으로 공분을 샀다. 남양 제품은 ‘욕설우유’ ‘갑질우유’로 불리기도 했다. 유업계 1등 자리도 라이벌 매일유업에 내줬다. 오너 일가 친인척이 연루된 사건도 기업 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경영진도 직원들도 힘들어했다. 뭘 해도 갑질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이듬해부터 모든 관행을 바꾸기로 했다. ‘우량아 선발대회’와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최초로 분유를 만든 회사’라는 각인을 심고 국민들과 함께해온 50여 년의 세월을 되찾는 노력을 시작했다.

제품 밀어내기는 아예 불가능하도록 주문 반송 시스템을 새로 짰다.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문서로 남겼다.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사용하고, 준법실천 서약서도 작성했다. 구두나 이면으로 남긴 계약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노력을 주도하는 상생지원실, 비윤리적 행위를 감시하는 클린센터도 만들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남양유업의 갑질에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남양을 상생 모범 사례로 선정했다. 남양은 지난 13일 열린 ‘공정거래 및 상생 협력 모범사례 발표회’에서 최고 상인 공정위원장상을 받았다.

그동안 말을 아끼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도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기보다는 아픔과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과감하고 단호하게 변화해야 할 때”라며 “뒤늦은 변명보다는 앞으로의 변화에 더 힘을 싣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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