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기틀 마련한 '경제 주춧돌'…연구소 설립해 기술경영 뿌리내려

입력 2019-12-15 18:00   수정 2019-12-1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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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회장님. 갑자기 들려온 비통한 소식에 황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한국 경제를 밝게 비춰 주셨던 회장님께서 이렇게 갑작스레 떠나시니 가슴 속 깊이 끝없는 슬픔이 솟구쳐 오릅니다. 이제 회장님의 따뜻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하늘이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돌이켜보면 회장님께서는 이 땅에 산업화의 기틀을 만드셨던 선도적인 기업가셨습니다. 한국에 제조업이 태동될 무렵, 직원들과 동고동락하시며 현장 경영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그곳에서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회장님의 큰 뜻이 시작됐습니다. 그 의지는 우리나라 전자·화학산업의 주춧돌이 됐습니다.

회장님은 기업을 넘어 나라의 미래를 위하셨던 진정한 애국자셨습니다. 격변의 시기에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시면서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셨습니다. 각 분야 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시며 경제 선진화에 힘쓰셨고, 한·일 재계 회의 등 민간경제 외교를 이끄시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기초과학이 곧 나라의 미래라고 여기시며 기술 대국에 큰 뜻을 두셨습니다. 연구개발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기술의 우위가 모든 것을 뛰어넘는 시대를 예견하고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민간 최초로 중앙연구소 설립을 이끄시며 기술 강국의 미래를 위한 걸음을 시작하셨습니다.

회장님은 인재를 중시하고 사람을 사랑하신 분이셨습니다. 기업의 원천은 사람 그 자체라고 여기시며 인재 육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70여 개 연구소를 설립하시면서 훌륭한 인재들이 맘껏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구자경 회장님. 한국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래에도 기술과 인재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하시던 회장님의 말씀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회장님의 지혜와 경륜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이제 모든 짐 다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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