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전년보다 소폭 오른 63.8%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계획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그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2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보장성은 소폭 증가에 그친 것이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한 비율인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이후 최고치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60% 초반 수준이다.
2018년 건강보험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서 발생한 의료비는 총 93조3000억원이었고, 이중 건강보험 부담액은 59조5000억원이었다. 건강보험 부담액은 전년보다 7조원(13.3%) 증가했는데 이 중 2조4000억원은 문 케어를 통해 투입된 것이다.
2조4000억원을 전략적으로 썼으나 보장성이 1.1%포인트 증가에 그친 이유는 동네의원의 비급여 진료가 통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정할 수 있고,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재난적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중증·고액 질환 중심으로 의료비 지원을 늘리자, 중증·고액 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보장률이 65.1%에서 68.7%로 3.6%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재정이 덜 투입된 동네의원에서는 건강보험 혜택이 확대되는 속도보다 비급여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보장률이 60.3%에서 57.9%로 2.4%포인트 하락했다.
동네의원 의료비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율도 19.6%에서 22.8%로 3.2%포인트 늘었다. 3%포인트 이상의 증가 폭은 비급여를 늘려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료계 흐름이 지난해 극대화됐음을 의미한다.
2008년과 2018년의 비급여 부담률을 비교해도 상급종합병원은 27.1%에서 11.7%로 줄었지만, 동네의원은 11.5%에서 22.8%로 커졌다.
현행 건강보험 정책으로는 새로운 비급여를 막기 힘들다. 이런 한계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률 70% 목표 달성이 사실상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1년에 1.1%포인트 늘어나는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필수 의료를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했다고 의원급 보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실손의료보험이 떠받치고 있는 비급여 양산을 관리하지 않고서는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7년 8월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목표로 의학적으로 필요한 3800여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노인·아동·여성·저소득층 등의 의료비는 대폭 낮추는 문 케어를 시작했다. 예산은 2022년까지 5년간 30조6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지출예상액은 3조7000억원이었으나 실제로는 2조4000억원 집행에 그쳤고, 핵심 대책인 상복부 초음파, 뇌·뇌혈관 자기공명영상진단(MRI) 건강보험 적용 등은 올해부터 시작됐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서 발생한 총 의료비 중에서 건강보험이 지불한 비율을 살펴보는 것이다. 하지만 총 의료비 계산에는 마늘·백옥 주사와 같은 영양주사, 비타민제, 도수치료, 보약, 영양제 등 명백하게 치료 목적이라고 분류하기 힘든 항목이 들어가고, 1인실 이용료, 진료기록 CD 복사비용까지도 포함된다. 이처럼 '의학적 가치'를 따지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전체 진료를 의료비로 집계하는 방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지금처럼 비급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총 의료비가 제어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에 재정을 쏟아부어도 보장률 70%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은 향후 보장률을 세분화해서 볼 계획이다. 이옥희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보장성전략평가연구센터장은 "총 의료비에서 영양주사 등을 제외할 것이냐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공단은 우선 총 의료비 구성을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표를 다양하게 만들어 건강보험 보장률을 판단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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