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쿠르드 경제교류 '자이툰 효과' 활용할 때

입력 2019-12-16 17:47   수정 2019-12-17 00:08

올해는 자이툰 부대 파병 15주년이다. 자이툰 부대는 2004년 8월, 평화 재건을 목표로 이라크 아르빌주에 파병된 한국군 부대다. 장병 3000여 명이 5000여t의 장비와 함께 1만3000㎞를 이동해 주둔했다. 15년 전인 12월 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자이툰 부대는 4년3개월간 교육, 보건, 의료, 체육 및 사회간접자본(SOC) 등 분야에서 쿠르드 평화 재건을 지원했다. 쿠르드 사람들은 지금도 자이툰 부대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로 기억한다. 당시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대통령은 ‘산 이외에는 친구가 없다’는 쿠르드 속담을 인용해 “산과 한국 이외에는 친구가 없다”고 격찬했다.

2008년 자이툰 부대 철수 이후에도 한·쿠르드 관계는 일명 ‘자이툰 효과’에 힘입어 정무, 경제 및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한·이라크 수교 30주년이자 자이툰 부대 파병 15주년인 올해야말로 한·쿠르드 간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적기라고 본다.

새로 출범한 제9차 쿠르드 내각은 개혁, 선정(good governance) 및 이라크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임 쿠르드 대통령과 총리는 ‘한강의 기적’을 배우고자 한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한병도 이라크 특보 일행은 지난 7월 아르빌을 방문해 양측 관계 활성화 방안을 협의했다. 10월에는 쿠르드 의회대표단이 역사 이래 최초로 우리 국회를 방문해 양측 의회 교류의 기반을 다졌다. 쿠르드 의회는 이례적으로 자이툰 부대 파병 15주년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과 쿠르드 간 경제교류의 잠재력은 크다. 쿠르드는 중동의 신흥시장으로 부상해 향후 ‘중동의 허브’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한국과의 다양한 협력도 적극 희망하고 있다. 이슬람국가(IS) 여파 및 이라크 시위 등으로 우리 기업의 쿠르드 진출은 침체돼 있지만 향후 정세가 안정되면 쿠르드 지역은 풍부한 천연자원 및 다양한 정부 프로젝트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최근 K드라마와 K팝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쿠르드인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한국어를 독학하고 있다. 또 40여 개가 넘는 태권도장에서 4000여 명의 쿠르드인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이런 쿠르드인들이 양측 교류 활성화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한·쿠르드 관계의 새로운 15년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만큼 부담도 크다. 오늘 자이툰 동산에 올라서니 사핀산맥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불현듯 과거 자이툰 장병과 쿠르드인들이 함께 외쳤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에마 도스틴 에웨인(우리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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