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BK21' 사업, 대학원 교육혁신 앞당겨야

입력 2019-12-16 17:48   수정 2019-12-17 00:19

대학에서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1999년 시작한 ‘두뇌한국 21’(BK21)사업 이후 SCI·SCIE(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이 교수 재임용 및 승진·승급 평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BK21은 대학원을 집중 육성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사업이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4단계 사업(2020~2027)이 종료되면 총 28년간 지속해 가장 오랜 기간 지원하는 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BK21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시대 상황에 맞는 사업 목표를 설정하며 대학원 교육 및 연구 경쟁력을 강화해온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또 대학원 인력양성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참여 교수의 양적 연구에 치중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런 점을 보완해 4단계 사업에서는 대학원 교육과 연구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초연결·초융합·초지능을 특징으로 한다. 대학원 교육과 연구도 전공과 연계된 사회·산업체와의 연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회문제는 융합적이며, 지능화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과 연구의 내용·방법·환경의 변화를 모색해 대학원 교육혁신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공과 연계된 기관·산업체와 협력해 교육과정 개발 및 수업 주제를 선정한 뒤 이들 기관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시나리오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관에서 요구하는 프로젝트 기반의 문제해결중심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수업을 통해 도출된 대학원생들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기관 관계자와 함께하는 소위 PBL(problem-based learning·문제중심학습) 등을 도입함으로써 대학원생들의 문제해결 능력 함양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사회와의 초연결성 강화 교육과 함께 초융합·초지능화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 인력이 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교육·연구 연계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4단계 BK21의 기본사업 방향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업적 평가 시 대표 성과 위주의 정성평가 도입을 통한 연구 경쟁력 강화, 둘째 대학원생 권익보호, 셋째 대학원 교육 프로그램 강화와 대학 본부 중심의 대학원제도 혁신을 통한 대학원 교육·연구의 내실화 그리고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연구자 육성을 통한 국가·사회적 필요 분야의 연구인력 육성이다.

BK21의 예산은 3단계까지 5조원이 투입됐고, 4단계 예산은 총 2조9000억원으로 규모가 크다. 그런 만큼 대학원 교육 및 연구의 질적 성장을 유도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연구자를 집중 육성해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앞서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8년 신생아 수는 32만68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900명(-8.7%) 줄었다. 이들이 18년 뒤 대학에 진학하는 2036년 상황을 생각해 보자. 대학진학률을 60%로 추정하면 현재의 대학 입학정원(49만7000명)을 고려할 때 2036년에는 약 30만 명의 입학정원이 남아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학생을 모집하지 못한 여러 대학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대학원생도 급감할 것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유학 오는 학생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 역할을 BK21이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이 많은 선진국은 자국의 성장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과 정부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BK21 4단계 사업을 계기로 대학원의 체질을 확 바꿔 우리 사회에 혁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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