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교내 경진대회로 옥석 가려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매년 4월을 전후해 ‘한양 이노베이션 어워드’ 경진대회를 연다. 이 대회는 교내 연구진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제품화로 이어지도록 대학 본부가 선별해 지원하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처음 열렸다. 올해 6월 열린 한양 이노베이션 어워드 시상식에선 40개 출품작 가운데 22개 프로젝트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한양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한양 이노베이션 어워드는 제품 실용화와 CES 출품을 위한 한양대만의 ‘경선’인 셈”이라며 “팀당 평균 2000만~3000만원의 예산을 주고 제품 설계, 디자인 등 아이디어 현실화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경선을 통과한 제품 가운데 혁신성, 기술력, 제품화 가능성 등이 우수한 제품은 CES 출품을 위해 학교가 별도로 관리한다. 올해는 22개 경선 통과작 가운데 5개가 CES 출품 도전작으로 선정돼 팀마다 최소 5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CES를 위해 한양대가 2단계의 차등 지원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5개 내부 선정작 가운데 3개가 CES 2020에서 수상이 확정됐다.
한양대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을 통해 CES 2020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지팡이’ △전자 디오더런트(악취 제거제) ‘프래그런트’ △플라즈마 커튼 소독 시스템 ‘플라카’ 등 3개의 혁신상 수상작을 냈다. 성태현 전기·생체공학부 교수가 개발한 스마트 지팡이는 적외선 센서가 장착돼 있어 장애물이 앞에 있으면 사용자에게 진동이나 소리로 알려준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을 적용해 시각장애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프래그런트와 플라카는 모두 임태호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가 주축이 돼 개발한 제품들이다. 프래그런트는 피부에 끈적한 느낌이 남던 기존 디오더런트의 단점을 해소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플라카는 병원 등 공기 소독이 중요한 공간에서의 활용성을 인정받았다. 임 교수는 “한양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체계적인 학교 지원을 받은 덕분에 CES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실용적인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창업(산학) 안식년까지…유인 확대
한양대 연구진이 산학협력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학교가 경선대회와 같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장기적으로 산학협력과 창업에 집중할 제도적 뒷받침을 탄탄히 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로 한양대는 2017년에 ‘창업(산학) 연구년’ 제도를 신설했다.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강의를 일정 기간 면해주는 제도인 연구년 제도는 기존엔 순수 학술연구 목적에 국한됐다. 하지만 산학협력이나 기술창업을 목적으로도 수업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도입해 교수들이 기술 사업화에 전념할 환경을 조성해준 것이다.
한양대는 또 교원의 승진·승급에 쓰이는 업적 평가에도 창업 연계 항목을 추가했다. 테뉴어(정년보장)를 받는 등 좋은 인사평가를 위해선 우수한 논문을 써야만 했던 기존 인사 시스템을 개혁해 산학협력과 창업에 두각을 나타내는 교수들을 적극 밀어주겠다는 의도다. 류호경 한양대 교무부처장은 “학문 분야에 따라 논문 인용지수보다 산학협력이 훨씬 중요한 경우도 있다”며 “교수 평가의 기준이 되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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