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를 14조7000억원대로 추산했다. 1년 전보다 5% 늘어난 규모다. 2017년 20.6%였던 성장률이 2년 만에 4분의 1로 떨어졌다. 2012년 게임 셧다운제(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규제) 도입으로 쪼그라들었던 한국 게임산업은 2017년 ‘리니지M’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등의 대작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제2의 중흥기는 길지 않았다.
시장에선 신작 게임 출시 지연, 해외 게임 공세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출시된 넷마블의 게임 ‘더 킹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BTS 월드’ 등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출시가 늦어졌다. 게임 출시가 늦어진 것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때문이라는 게 게임업계의 주장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앞서 작년 3월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 현장점검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게임업계의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중국 업체는 반년마다 새로운 게임 개발에 나서는데 한국 업체는 최근 1년 동안 새로운 게임 프로젝트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 사이 외국 게임의 한국 시장 공략은 거세졌다. 국내 출시 지연으로 생긴 틈을 해외 게임이 메웠다. 올 4분기에 ‘리니지2M’ ‘V4’ ‘달빛조각사’ ‘엑소스 히어로즈’ 등 국내 신규 게임이 나오기 전엔 매출 ‘톱10’의 절반 이상을 외국산이 차지했다.
수출 여건도 악화됐다. 한국 게임업체들은 2017년 3월 이후 2년 넘게 중국에서 신작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내려진 유통 허가 금지령이 탓이다.
전망도 없다. 게임 이용 과몰입의 질병화 등으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게임산업이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5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에서 게임 이용 과몰입을 질병으로 지정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WHO의 조치로 한국 게임산업의 손실 금액이 2025년 최대 5조200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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