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중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크게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해서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원화 강세)은 1130원대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주식 쇼핑도 기대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원·달러 환율은 1171.1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주의 1189.9원보다 18.2원(1.5%) 하락했다.
지난 주 원·달러 환율을 강세로 이끈 것은 미중 무역합의 소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13일에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무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1단계 무역 합의 문건 내용에 서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15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이 완전히 완료됐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이끌었던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일부 해소된 것이다. 이는 원화자산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매수로 이어져 원화 강세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중 2단계 협상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한 번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미중 1단계 서명, 1월 효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확대 정책 등에 힘입어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다음달 초 미중이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고 통상 연초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된다는 점,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매입을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 등은 원화 강세를 이끌 것"이라며 1130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국내 증시를 '손절'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되돌아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2조83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0월 3480억원, 9월 9150억원, 8월 2조3430억원 등 넉 달째 매도 우위다.
통상 원화 강세 구간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원화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원화 강세 시 외국인은 원·달러 1100~1170원 구간에서 코스피 시장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이 증권사 이재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구간별로 외국인의 순매수 주도업종이 변한다"며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높은 1120~1140원 구간에서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전업종으로 확산됐고, 이 구간에서 반도체와 자동차는 3~6%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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